'탄핵 첫 거래일' 차분히 넘긴 금융시장…'안심은 일러'

입력 2016-12-12 17:31
주가 상승·환율 소폭 상승 등 안정세…당국은 긴장 유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가결 이후 첫 고비를 금융시장이 차분히 넘기는 모습이다.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것이 지난 금요일인 9일 금융시장 마감 이후였던 만큼, 12일 개장한 금융시장은 이에 따른 충격을 처음으로 반영하는 터라 관심이 집중됐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에는 코스피·코스닥이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에 충격이 가해진 바 있다.



그러나 이날 금융시장에서는 오히려 주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도 소폭의 움직임만을 보이는 등 안정적인 모습이 나타났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변수가 남아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하고 대내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어 시장 참가자들과 금융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예상된 가결·주말 완충기간·당국 대응' 더해져 금융시장 안정 12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55포인트(0.13%) 오른 2,027.



24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도 8.73포인트(1.47%) 오른 603.08에 종료됐다.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3원 오른 달러당 1,168.2원으로 마감, 개장가인 1,172.0원보다 오히려 상승 폭을 줄였다.



일반적으로 대내외 변수가 불거지면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지만, 주식시장은 상승 무드를 타고 외환시장도 안정적 모습을보인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기보다는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앞선 탄핵 때와 달리 금융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인 배경으로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탄핵 가결 가능성을 예상하고 그 여파를 선반영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꼽힌다.



2004년 탄핵 때에는 민심과 반대 방향으로 정치권이 움직이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금융시장이 출렁였으나, 이번 탄핵을 앞두고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다수가 찬성 의사를 보이는 등 예측과 부합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또 탄핵 가결 이후 주말을 거치면서 크지 않은 충격조차도 그 영향이 다소간 줄었다는 해석도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예상됐던 일이고, 금요일 장 마감 후에결과가 나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면서 "금요일에 미국 주식시장이 오른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금융당국에서도 지난 이틀간 숨 가쁘게 대응하면서 주말이 '완충 기간'이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긴급 간부회의, 긴급 경제장관회의를소집했고 10일에는 5개 경제단체장을 만나 "탄핵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테니 경제계도 신입 직원 채용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내년 투자 계획도 빨리 마련해 집행해달라"고 요청했다.



11일에도 외신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 경제가 흔들림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11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연 데 이어 12일에는 금감원과합동으로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해 비상대응체제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금융시장이 과도하게 변동하는 등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주저하지 않고, 단호하게, 즉시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외 출장을 취소하고 탄핵안 가결 정국에 대비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주말에 간부회의를 주재하는 등 상황을 주시했다.



◇ 안심은 시기상조…당국 긴장, 리스크 관리 강화 하지만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 불안요인까지 남아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여서 국내 시장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이미 예고된 상태이기 때문에 큰 충격이 없을 수도있지만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시장금리의 인상 속도를 더 빠르게 하면 여파가 커질 수 있다.



대출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 1천300조를 넘어선 가계 빚이 그렇지 않아도 저성장에 시달리는 경제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금조달까지 어렵게 할 수 있어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에 제약을 받게 되고 경제 전체가 위태롭게 된다.



이럴 경우 외화 유출이 발생하고 또 다른 위기로 확산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금리인상에 대비한 각종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첫 거래인 이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합동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금융당국은 회의에서 내년 가계대출 고정금리 상품 목표 비중을 42.5%에서 45%로, 분할상환 목표 비중도 50%에서 55%로 상향 조정했다.



금리에 영향을 덜 받는 대출 비중을 늘리고 빌릴 때부터 원금과 이자를 갚도록해 금리 상승의 여파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은행의 외화조달 여건을 매일 점검하고 취약 은행에 대해선 현장점검을 통해 비상자금조달 계획을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게 할 계획이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대비하여 금융회사의 금리 리스크 관리현황을 점검한 결과 채권가치 하락으로 증권·보험사의 자본 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융회사에 대한 금리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헌재 결정이나 조기 대선 등 앞으로 정치적 일정이 불확실해,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투자심리 위축 등이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이 급변동할 때 재빨리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해야 하며, 소비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지 않도록 긴급 경기부양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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