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자산가격 하락 땐 부채가구 소비위축"

입력 2016-11-17 12:00
LG경제연구원 보고서…"분할상환 확대, 소비제약 요인""미래 위험과 현재 소비 고려한 가계부채 연착륙 필요"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거나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내려가면 가계부채가 소비를 크게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7일 '미래 부실위험 높이는 가계부채, 현재 소비에는 플러스 요인'이라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경기침체, 자산가격 하락, 신용경색 등 예기치 못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과다부채 가구를 중심으로 소비위축이커질 잠재적 위험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부채를 늘리고 있는 가계는 미래의 예상소득을 당겨 쓰거나 부채로구매한 자산으로부터 가계 상승, 운용수익 등을 기대하고 있다"며 "실업 등으로 소득이 많이 줄어들거나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부채 상환이 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부채를 많이 보유한가구가 급격히 소비를 줄였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있다.



또 보고서는 "지난해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가 빨라진 데다 최근 몇년 간 과대부채 가구가 소폭 늘어난 것으로 보여 가계부실의 위험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천257조3천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54조2천억원 늘었다.



작년 6월과 비교하면 1년 사이 125조7천억원(11.1%) 급증했다.



한은이 지난 6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작년 3월 말 현재 빚 부담이 큰한계가구가 전체 금융부채 보유가구(1천72만 가구)의 12.5%인 134만 가구로 추산됐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아 금융 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이고,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보고서는 가계부채가 그동안 유동성 제약의 완화,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2011∼2014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패널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비가 늘어난 가구(1만2천831가구)가 소비가 줄어든 가구(1만1천531가구)보다 많았고 조사 가구의 소비는 연평균 1.3% 늘었다.



그동안 부채가 많은 가계들이 자산을 축소하면서도 소비는 크게 줄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근 가계부채가 소비를 늘리는 효과는 약화됐다.



가계의 최종소비지출 증가율과 가계신용 증가율은 2000년 1분기∼2007년 4분기+0.87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1분기∼올해 2분기에는 +0.49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최근 소비 부진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증대, 고령자의 은퇴 이후 불안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중 분할상환 대출 확대는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분할상환 확대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진 일부 가구는 유동성 제약으로 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가 제약되는 경우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는 취지에서 분할상환을 많이 유도하고 있지만, 가계소비에는 악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서 분할상환 비중은 2010년 6.4%에서 올해 6월 41%까지올랐다.



보고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가계대출의 고삐를 죌 경우 부진한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미래 위험과 현재 소비위축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 가계부채문제의 연착륙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noj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