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카운트파트로 경험 풍부…"호흡 잘 맞을 것"연세대 선후배 사이…국책은행 자본확충 놓고는 마찰 빚기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신임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되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정책 공조에도 관심이쏠린다.
수출, 내수 부진으로 풍랑을 만난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재정정책을책임진 기획재정부와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한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상황에 따라 정책 공조를 하고 서로 견제하면서 경제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
일단 임 내정자와 이 총재의 소통과 공조가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두 분이 정책의 카운트파트로서 여러 차례 일을 같이 해오셨다"며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고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실제로 임 내정자와 이 총재는 오랫동안 경제 현장에서 만난 사이다.
임 내정자는 기획재정부 차관 시절 통화 당국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며 정책적인 소통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것인 2010년 재정부 차관 시절 금융통화위원회 열석발언권 행사다.
열석발언권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에 기재부 차관이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해 정부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권리다.
임 내정자는 재정부 차관이었던 2010년 한해 24차례 열린 금통위 정례회의에 거의 모두 참석해 열석발언권을 행사했다.
당시 금통위는 재정부 차관의 열석발언권 행사에 관해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역력했으나 임 내정자는 "계속 안 나갈 이유가 있느냐"라며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이때 이주열 총재는 한은 부총재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은 총재가 만날 때마다 함께 배석해의견을 나눈 두 사람이 이제 각각 재정·통화 당국의 수장으로 만나게 된 것이다.
2011년에는 9월에는 아예 차관-부총재급 협의 채널인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기재부의 한 공무원은 임 내정자에 대해 "부총리로서 관계 부처와도 적극적으로소통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작년 3월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대책 등을 추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 측면에서 어깨가 무거워진 한은과 함께같은 고민을 하게 됐다.
한은과 금융위 간 관계가 매끄러웠던 것만은 아니다.
임 내정자는 올해 5∼6월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문제와 관련해 한은이 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총재가 발권력을 동원한 국책은행 직접출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두 사람은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또 이 총재는 지난 8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지적하자 금융위가 반박자료를 내면서 묘한 신경전이 빚어졌다.
그러나 임 내정자와 이 총재의 발언을 보면 최근 경제 정책에 대한 인식이 크게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임 내정자는 2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를 철저히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가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부쩍 강조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또 두 사람은 경제 부진의 해법으로 나란히 재정정책을 언급하며 비슷한 인식을드러냈다.
임 내정자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강조했다.
이 총재도 그동안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에서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밝히면서 정부에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주문해왔다.
이런 점에서 유일호 부총리와 이 총재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역할을 둘러싸고 벌였던 '핑퐁게임'이 앞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 내정자와 이 총재가 연세대 선후배 사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총재는 연세대 경영학과 70학번이고 임 내정자는 같은 대학 경제학과 78학번이다.
과거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 총재에 이어 다시 연세대 출신이 재정 및 통화정책 사령탑으로 채워진 것이다.
임 내정자가 앞으로 공식적으로 임기를 시작하면 이 총재와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일호 부총리도 올해 1월 공식적으로 취임하고 나서 이틀 후에 이 총재를 만나중국의 경기 둔화 등 대내외적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noj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