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가리지 않고 여신 늘어…불안한 '대출공화국'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가계뿐 아니라 기업여신도 급증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연내 미국발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내외금리 차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을 고려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와 코픽스 금리가 상승하고, 이에 연동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오르는 등 연쇄적인 상승이 불가피하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등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 대출을 제외한 거의 모든 대출이 전방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 등 5대 대형은행의 주택담보·대기업·중소기업·신용·전세대출 규모는 작년 말 859조5천123억원에서 지난달 말 917조4천101억원으로 57조8천978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덩치가 가장 컸던 주택담보대출은 같은 기간 331조5천312억원에서 353조1천151억원으로 21조5천839억원(6.9%) 증가했다.
강남 재건축 붐이 분 데다가 성수기와 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부동산 거래가 많이 늘어나면서 총액이 급증했다.
여기에 아파트 신규 분양받을 때 받는 집단대출이 증가한 것도 한 원인이다. 분양받는 사람들은 2년여에 걸쳐 분할 상환을 통해 중도금을 납부한다. 중도금은 집단대출의 60∼70%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대출의 급증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작년 말 중소기업 대출은 총액에서주택담보대출에 밀렸으나 올해 들어 역전했다.
소호(SOHO) 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작년 말 328조5천652억원에서 올해8월 말 361조5천3661억원으로 32조9천709억원(10.0%)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보다 무려 11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이렇게 급증한 건 시중은행들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은행들은 대기업보다 부실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여신을 늘리며 대출 건전성을 강화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대기업 여신은 은행권 전체 432조6천6618억원 가운데 17조4천579억원(4.03%)이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채권이다.
반면 중소기업 여신은 625조2천706억원 가운데 10조903억원(1.61%)이 부실채권이다. 대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게 2.5배가량 안전한셈이다.
전세대출은 작년 말 대비 올해 8월 말 25.4%(6조167억원), 신용대출은 4.8%(4조369억원) 늘어난 가운데 대기업 대출만 6조7천106억원 줄었다. 그러나 대기업 대출도 감소세가 둔화하는 추세다.
이들 5대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6월에 3조7천381억원이 감소해 월별 감소폭이 올해 들어 가장 컸으나 7월(-9천263억원), 8월(-2천257억원) 두달 연속 감소세가 크게둔화했다.
은행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국민 정서상 탕감해주기가 어려워 혹시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면 가계를 구조조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수 있다"며 "기업여신의 증가 속도와 총량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말했다.
buff27@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