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적극적 개입 쉽지 않아…급락땐 수출에 부정적 영향
춤추는 원/달러 환율을 바라보는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종가는 1,090.0원으로 전일 종가보다 15.2원이나 급락하면서 올해 들어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 8월 1일 원/달러 환율이 1년 1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대로 곤두박질친데 이어 예상보다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을 흔드는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다.
하루 사이 15.2원 급락한 데는 미국 서비스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온 영향이 크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6월(현지시간)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의 55.5에서 51.4로 낮아지면서 2010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주 발표된 제조업 지표와 비농업 부문 고용에 이어 서비스업 지표까지 부진하게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급격히 약화됐다.
지난주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과는 반대 상황이다.
지난달 29일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분위기가 고조된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1.3원 급등해 1,120원대 중반까지 올라섰다.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지난달 26일 미국 와이오밍주잭슨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주최 경제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잇달아 시사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지난달 말과 연초에 많이 쏟아진 수출업체들의 달러화 매도(네고) 물량이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를 부추겼다.
원/달러 환율이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에 크게 좌우되면서 당분간 미국의 경제지표에 따라 큰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신흥국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달러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확산됐을 때 코스피 등 국내 증권시장에서외국인 자금이 유출됐지만, 그 강도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9월 들어서는 외국인 자금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투자하기 위해 달러화를 매도하면 원/달 환율은 하락하게 된다.
여기에 중국 금융시장이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원화가치를 끌어올리는배경이 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서 원화가치도떨어지는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하이종합지수가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이 호조를 보이며 위안화 환율이 비교적 안정된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외환 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급락 때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4월 한국을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환율 조작에 관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운신의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효하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의급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초중반까지 원/달러 환율이 하단이1,080원 수준까지 낮아지는 원화의 제한적 강세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과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의 추가 부양정책은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을 제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는 부정적으로작용할 우려가 있다.
반면, 달러화 채무가 많은 기업의 상환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noj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