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자구안 공개…"오늘 안건 부의해 30일까지 결론"
한진해운[117930]이 제출한 추가 자구계획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6일 "실효성 있는 것은 4천억원 수준"이라며 "기존 자구안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구조조정부문 정용석 부행장은 이날 오전 긴급 백브리핑을 열고 한진해운이 전날 제출한 자구계획의 내용을 공개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이 해당 기업이 제출한 자구안 내용을 대외에 상세히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채권단에서 한진해운의 자구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한진해운에서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압박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이 공개한 자구안에 따르면,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은 부족자금 조달 방안으로 우선 대한항공[003490]이 두 차례 2천억원 유상증자를 하는 형태로 총 4천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한항공이 이미 보유한 지분에 대해서는 무상감자를 할 계획인데, 이 효력이 11월 초순께 발생한 이후 유상증자를 진행하게 되므로 유상증자 시기는 12월초순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2천억원의 유상증자는 내년 7월께 진행하겠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계획이다.
한진 측은 "유상증자 이전에 자금을 대여하는 것은 법적 제약으로 인해 불가능하다"며 12월 유상증자를 하기 전까지는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을 채권단에서 지원해달라는 뜻을 보였다.
4천억원 외에 한진 측은 1천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지원은 '조건부'로 이뤄진다.
대한항공이 지원하는 4천억원에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더하고도 부족한 부분이생긴다면, 그때 협의해서 그룹 계열사나 조양호 회장의 개인적인 유상증자 등으로 1천억원을 추가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정 부행장은 "실사 결과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은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올해 8천억원과 내년 2천억원 등 총 1조원 수준이고, 나쁜 케이스에서는 1조3천억원까지 늘어난다"면서 "일반적인 수준에서 보더라도 대한항공의 4천억원 지원 외에 채권단이6천억원을 지원해 줘야 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1천억원을 한진에서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진에서 4천억원을 지원하면 채권단이 6천억원을 대야 하고, 그마저도이런 구조라면 채권단이 먼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한진 측은 대한항공이 보유한 영구채 2천200억원에 대해 출자전환·기한연장을 하거나 이자율을 조정해 한진해운의 부담을 덜어주고, 미국 소재 국제터미널의 채권 600억원을 매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 부행장은 "사실상 자구안 가운데 1천억원은 예비적 성격이고, 실효성 있는지원은 4천억원뿐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것이 한진 측의 최종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정 부행장은 이날 오후 열리는 채권금융기관 실무자 회의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공유한 뒤에 '자율협약을 이어가고 신규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작업을 계속하겠는지'를 물어보는 안건을 부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요일인 30일까지는 채권기관들의 의견을 받아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설명했다.
이 안건에 대해 채권단의 지분율을 기준으로 75%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건은 부결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된다.
협약채권 가운데 산은의 의결권은 60%로, 사실상 산은이 동의하지 않으면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다.
정 부행장은 "지금 산업은행의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면서 "우리의 입장을 채권단에 일방적으로 전하기보다는, 각 기관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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