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상 2년 연속 5개 이상 선정…모두 글로벌기업 부품 협력업체조선 '빅3'는 워크아웃·법정관리 대상서 제외…"자구계획 등 종합 고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부실 여부의 '옥석 가리기'를 한 결과 조선·해운업 외에 전자업종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2분기에만 8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주요 전자업종 부품업체들이 중국의 추격 등으로 경쟁력을 잃고 법정관리의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대형 조선 3사가 강도 높은 자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는 모두 정상 기업 평가를 받은 것을 두고는 논란이 인다.
금융당국은 조선업종의 경우 이번 평가 결과와 별개로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주채권은행들이 자구계획을 개별적으로 제출받은 만큼 별도 트랙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 한계기업 '옥석가리기'…32개사 강도 높은 구조조정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는 기업 부실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빚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을 상대로 매년 정례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을 선별하는 절차다.
채권은행들은 앞서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 1천973개사 중 602개사를 상대로 지난 4월부터 재무구조 세부평가를 벌여왔다.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3트랙(경기민감업종-부실징후기업-공급과잉업종)' 구조조정 중 2단계인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상시구조조정 절차다.
매년 되풀이되는 작업이지만 올해는 정부가 어느 때보다 강한 구조조정 의지를보인 만큼 강도 높은 평가 작업을 벌여왔다.
특히 취약업종으로 지목된 조선·해운업종 기업들에 대한 평가를 밀도 있게 진행했다.
금감원의 신용위험평가는 기업을 A∼D의 4개 등급으로 나누고, 이 가운데 C등급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D등급을 법정관리 대상으로 분류한다.
C∼D등급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즉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금융기관들이 여신 회수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
금감원은 하반기 중 외부전문기관과 공동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사후관리의 적정성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워크아웃 개시 이후 협력업체의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보완방안도 강구한다.
채권단과 기업 간 정상화방안 협약(MOU) 체결 전까지는 기업 간 거래(B2B) 대출의 상환유예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중소기업 금융애로 상담센터에서 개별 협력업체의 어려움에 대한 맞춤형지원도 추진한다.
금감원은 이번 대기업 평가 이후에는 10월까지 중소기업 평가를 해 '좀비기업'을 솎아낼 방침이다.
◇ 전자 부품업체 5곳 법정관리행…"중국 추격에 전자도 취약" 이번 평가 결과를 업종별로 들여다 보면 전자업종의 부진 지속이 눈에 띈다.
올해 평가에서는 전자업종 5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모두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이다.
업종별로는 조선·건설(각 6곳)에 이어 세 번째로 선정 기업 수가 많았다.
전자업종 5곳은 주로 완성품을 제조하는 글로벌 전자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대형 1차 벤더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주력업종인 전자업은 2014년만 해도 채권은행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대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지만 작년부터 재무구조가나빠진 기업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정기 평가에서는 7개 업체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고, 같은 해 이어진수시 평가에서 1곳이 추가돼 작년 한 해에만 총 8개 전자업종 대기업이 구조조정에돌입했다.
정부는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5개 업종을 경기민감 업종으로 지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등 특별 관리하고 있지만, 전자업종은 중점 관리대상이 아니다.
금감원은 전자업종에서 2개년 연속 5개 이상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선정됨에 따라 산업 리스크를 고려해 밀착 모니터링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장복섭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을제외하고 전자업종을 산업분석 해보면 중국의 추격 등으로 업황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늘어난다는 것은 해당 업종에 취약요인이 있다고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조선 '빅3' 워크아웃·법정관리 대상 제외 논란 일각에서는 조선업황의 부진으로 조선 '빅3'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이번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한 곳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은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009540]과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 빅3모두 이번 평가에서 정상 수준인 B등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아직 정상 기업이라는 점에서 당장 구조조정 대상에포함되지 않은 점이 수긍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재무구조 악화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우조선은 1조원 규모의 자금이 묶인 해양플랜트 인도에 차질이 빚어지고있는 데다, 다음달 4천억원의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올 예정이어서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까지도 거론되는상황이다.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한진해운[117930]과 현대상선[011200]은 C등급으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서별관회의 안건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처리방향에 대해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으로 갈 경우 채권단 동의 확보가 어려워 결국 법정관리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고,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4조2천억원 규모의 정상화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한바 있다.
법정관리 역시 시장 충격 및 금융기관 손실 부담을 고려해 선택지에서 배제했다.
이번 신용위험평가에서도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은 이같은 정책 기조를 그대로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장복섭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조선 빅3는 이번 평가와 별도로 주채권은행 요청으로 각자 자구계획을 만들어 이행 중에 있다"며 "채권은행 평가 결과 부실 위험가능성은 있지만 자구계획 수립과 대주주의 의지, 산업정책적 판단 등을 종합해 B등급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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