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증권·카드사 대주주 1인 지정 놓고 '혼란'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가 금융권 전역에서의무화됐지만 실질적으로 최대주주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 있어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을 보면 보험·증권·카드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은 최대주주 1인이다.
최대주주가 개인이 아닌 법인이라면 해당 법인의 최다 출자자인 개인이 심사대상이다.
순환출자형 지배구조 아래 있는 금융회사는 소속 집단 총수(동일인)가 적격성심사를 받게 된다.
이처럼 법에 최대주주 1인을 가려내기 위한 큰 줄기가 명시됐지만, 최대주주가펀드인 경우 등 개인 최대주주를 찾기 어려운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시행을 앞두고 연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연 설명회에서는 최대주주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속출했다.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롯데캐피탈의 경우 최대주주가 호텔롯데(특수관계인 포함92.60% 보유)다.
호텔롯데의 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이고, 일본 롯데홀딩스 대주주는 광윤사다.
광윤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씨, 신동주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보유한 '가족기업'이다.
광윤사 안에서 지분을 따져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런 경우 실질적으로 롯데캐피탈의 경영은 신동빈 회장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는데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롯데카드도 롯데캐피탈과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생명[032830]의 경우 개인 최대주주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특수관계인 포함 20.76% 보유)이라 비교적 적격성 심사대상을 찾기 명확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분 구조를 따져보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의결권이 더크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삼성생명 지분은 삼성물산[028260]이 19.34%, 삼성문화재단이 4.68%,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18%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이며, 이 부회장은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개인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26.2%가량으로 이건희 회장보다더 많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회사의 최다 출자자 1인을 찾기 어려운 때에 대비한 기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당장 법 시행을 앞뒀는데도 적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굉장히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구체적인 사안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