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대출 몰려…부실우려 여신도 '정상' 분류하기도대외충격 겹치면 BIS 비율 3%p 이상 급락
경기 부진 장기화와 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국내 은행들의 여신은 그동안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대기업과 부동산업에쏠려 있어 위험이 커졌다.
은행들은 또 부실 우려가 있는 기업에 대한 여신의 절반 이상을 이자만 내면 '정상'으로 분류하는 등 여신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 부실채권비율 5년 만에 최고, 대기업·부동산에 대출 집중 한국은행이 30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지난 3월 말 현재 2.6%였다.
지난 2011년 3월 말 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수은행이 2014년 이래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3.5%까지 치솟은 반면 시중은행은 1.8%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 운송장비 제조업이 11.1%에 달해 10%를 넘어섰고, 철강 등 1차금속 제조업이 4.8%, 건설업은 4.3%, 운수업은 3.7%였다.
은행들의 기업여신은 지난 3월 말 현재 총 1천61조원으로 전체 여신의 63.4%를차지했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이 58.9%, 대기업은 40.8%였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 및 임대업이 12.9%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 도·소매업(11.5%), 조선 등 기타운송장비제조업(6.7%) 등의 순이었다.
특히 시중은행은 부동산업 및 임대업(19.1%)과 도소매업(14.2%)이 중소기업 여신의 절반 수준(43.7%)에 달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면 시중은행의 여신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한 여신도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쏠림 현상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 부실우려 기업 대출 57∼88%가 '정상' 은행들의 여신관리에도 허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부실가능성이 큰 기업도 이자만 정상적으로 내면 정상으로 분류하는행태를 보였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주요 은행들의 여신건전성 분류를 보면 은행에 따라 부실우려 기업 여신의 57∼88%가 '정상'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회계감사에서 '부적정'으로 평가돼 존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기업이더라도 70% 이상이 정상 여신으로 분류됐다.
은행들이 담보를 위주로 대출등급을 분류한 탓에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를 중간 신용등급으로 취급하는 경향도 발생했다.
한은은 "대출자의 미래 상환능력까지 고려한 사전적 관리 방식으로 전환하려는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외충격 겹치면 은행 자본비율 3%p 이상 급락 한은이 작년 말 기준 17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대외충격에 따른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개별 충격엔 대응력이 양호하지만 여러 가지 충격이 한꺼번에 발생하면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3%포인트(p) 이상 떨어졌다.
한은은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성장 둔화, 저유가 지속, 일본·유로지역 경기둔화 등 3가지 변수를 상정했다.
테스트 결과 신흥시장국 성장 둔화 변수를 적용하면 은행들의 BIS 비율은 11.2%로 작년 말보다 2.7%p 하락했다.
저유가 지속 시나리오는 BIS 비율을 1.5%p 떨어뜨리고, 일본·유로지역 경기둔화로는 1.6%p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들 위기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면 은행들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0.8%로3.1%p 떨어졌다.
이밖에 한은은 은행들이 최근 발행을 늘리고 있는 코코본드나 생보사의 운용자산 이익률 하락, 증권사의 우발채무 등도 잠재리스크 요인이라며 유의해야 한다고지적했다.
hoonkim@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