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하청업체 의무'…공정위 하도급계약서 불공정 논란

입력 2016-06-02 06:29
원청업체 책임 의무로 정한 규정 없어…"하도급계약서 보완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은 외면한 채 하청업체의 안전 의무만 강조하고 있어 논란이다.



최근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 등 하청업체 직원들의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표준계약서에도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행 건설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는 하청업체에 '공사 시공과정의 안전 및 재해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45조는 "수급사업자는 공사를 시공하면서 안전 및 재해방지를 위해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감독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다"라며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의무'로 명시했다.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현장대리인을 두는 것도 하청업체의 몫으로 정했다.



14조는 "수급사업자는 이 계약의 책임 품질시공 및 안전 기술관리를 위해 현장대리인을 두며 이를 미리 원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한다"고 정했다.



반면 표준계약서에는 원청업체의 안전관리를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로 정한조항은 없다.



45조는 하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를 명시하면서 "안전 대책 마련 시 필요하다고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에 지도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41조에서는 원사업자에 안전관리비를 책정하도록 했지만 "원사업자는 계상된안전관리비 범위 안에서 수급사업자의 위험도 등을 고려해 적정하게 지급해 사용하게 할 수 있다"며 안전관리비 사용을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남겨뒀다.



원청업체의 부당한 '갑질'을 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표준 하도급계약서가 정작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록 구체적으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원청업체의 사업장에서진행되는 공사인 만큼 원청업체의 안전관리 의무는 당연한 것"이라며 "관련 법에 규정된 내용을 모두 계약서에 포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공정위의 표준하도급계약서도 관련 법에서 정한 원청업체의 안전관리의무를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원청업자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만큼 공정위의 하도급계약서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병선 건설노조 조직쟁의실장은 "갑을 구도에서 체결되는 건설업 표준하도급계약서도 관련 법의 수준에 맞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원청업체가 책정하는 안전관리비도 목적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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