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렸더니…" 현대상선 구조조정 '산넘어 산'

입력 2016-05-30 18:22
현대상선[011200]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기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채권단의 지원 외에도 해외 선주들과 사채권자 모두가동참해야 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실패한다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고,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을가능성이 커진다.



글로벌 선사 동맹체에 재가입하는 일도 중요하다. 동맹체에서 퇴출당한다면 이익을 낼 수 없다.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장기적인 생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기업을 살리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 내일 곧바로 사채권자 채무조정…일단 통과될 듯 용선료 인하라는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통과하더라도 사채권자의 채무 재조정이라는 넘어야 할 큰 산이 여전히 버티고 있다.



현대상선에 대한 채권단의 자율협약은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 인하에 동의하고,비협약 사채권자들도 마찬가지로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야 본격적인 지원이 이뤄지는조건부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전제조건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채권단이 지원을 결의하더라도 그 혜택이해외 선주들과 사채권자들에게 돌아가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달 17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회사채 1천200억원의 만기연장을 추진했으나 투자자들의 반대로 실패한 바 있다.



현대상선은 31일과 다음 달 1일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모든 공모 사채권자를 대상으로 사채권자 집회를 열 계획이다.



집회 자리에서 회사채 8천43억원의 채무재조정 방안이 논의된다.



현대상선은 최근 사채권자 설명회를 열고 약 7천6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내용의 채무 재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조정안이 불발되면 용선료 협상 성패와 관계없이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법정관리에 돌입해야 한다.



다만 채권단은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안의 통과를 낙관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과 선주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먼저 양보를 하는 만큼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무리 없이 안건이 통과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집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채권단은 약 6천84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 재조정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 제3 해운동맹체 출범서 배제…동맹 재진입이 과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현대상선으로서는 해운동맹체 진입이라는 더 큰 산을 또 넘어야 한다.



글로벌 해운동맹체에서 제외된 채 독자적인 운영으로는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



글로벌 대형 선사들은 해운업 장기 침체 국면에서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중무장한 세계 1, 2위 선사 머스크라인(덴마크), MSC(스위스)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치킨 게임'에 방아쇠를 당겼다.



이에 선복량 세계 3위인 CMA CGM(프랑스)과 중국 코스코(Cosco), 대만 에버그린등이 합종연횡해 새로운 동맹체인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 구축을 공식발표했다.



독일의 하팍로이드, 일본의 NYK, MOL, K-LINE, 대만의 양밍 등은 지난 13일 제3의 해운동맹체(THE 얼라이언스) 결성을 발표했고, 여기에 한진해운[117930]은 포함됐으나 현대상선은 제외됐다.



현대상선은 새 동맹체 회원사로 함께 발표되지 못한 것에 대해 "올해 초부터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참여 여부가 '유보'된 것뿐"이라고 입장을밝혔다.



채권단도 재무 안정화가 이뤄지면 새 동맹체 편입이 결국은 성사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내달 2일 서울에서 열리는 G6 해운동맹 회원사 정례회의에서 새로운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 합류하기 위해 일부 선사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에나설 예정이다.



정부 역시 고위 당국자가 나서 현대상선의 노력에 힘을 실어줄 의지를 보이고있다.



◇ 장기 경쟁력 확보 절실…한진해운과 합병론 다시 나올 듯 재무구조 안정화가 됐더라도 현대상선이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는 상황은 전혀아니다.



장기적인 생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온갖 희생과 비용을 치르고서 기업을살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경쟁 선사들이 연료 효율성이 높은 초대형 에코십으로 중무장해 원가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급한 불 끄기에 바빴던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근본적인 경쟁력에서 뒤지고 있다.



정부도 국내 원양선사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갖춰야만 장기생존력을 갖출 수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말 민관합동으로 12억 달러(약 1조4천억원) 규모의선박펀드를 만들어 나용선(裸傭船·BBC) 방식으로 1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의 신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채권단과 사채권자의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0%대 수준으로 낮아져 정부가 조성한 12억달러(1조4천억원) 규모의 선박펀드 지원을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정상적으로 잘 진행된다면 선박펀드가 힘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가 정상화되고 영업이익이 안정화되면 한진해운과의 합병논의도 다시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선사와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채권단이 관리하는 양대 선사의 합병론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며 "다만 그 이전에 양사가 수익을내는 정상화 기로에 먼저 올라서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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