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순항'에도 웃지 못하는 한진해운

입력 2016-05-29 06:05
용선료 밀려 선박 압류까지…'유동성 문제'가 핵심소액 채권자·비은행권 빚 많아 채무재조정 쉽지 않을듯



현대상선[011200]의 용선료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한진해운[117930]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있다.



배를 빌려 쓴 해외 선주가 일부 겹치기 때문에 그간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에성공해야 한진해운도 본격적으로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용선료 체납으로 한진해운의 배가 잇따라 억류되면서 밀린 용선료를 갚지 못하면 협상 테이블에 않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는 캐나다 선주인 시스팬이 한진해운의 용선료 연체 사실을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진해운이 시스팬에 밀린 컨테이너선 용선료는 1천160만달러(137억원) 규모다.



지난 24일에는 용선료 연체를 참다못한 외국 선주가 벌크선 한진패라딥호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억류했다가 풀어주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많이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뚜껑을 열어 보니 현대상선보다 한진해운의 '내상'이 훨씬 심하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034950] 분석 결과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한진해운의 차입금 중자체적으로 상환해야 하는 채무는 8천억원 규모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 한진해운의 가용 현금은 1천8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서 용선료 조정, 공모 회사채 상환 유예,사옥과 보유 지분 매각 등을 통해 4천112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진해운은 지난 19일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한 사채권자를대상으로 첫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만기를 4개월 연장했다.



오는 6월 17일 예정된 두 번째 사채권자 집회에서 1천9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일 유예에 나설 예정이다.



보유 중이던 에이치라인해운(H-Line) 잔여 지분도 330억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차입금 만기 대응은 물론 운영 경비를 대기도 빠듯할 것이라는 평가가 여전하다.



채권단은 신규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진해운은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미 많은 자산을 내다 팔아 추가 유동성 확보 전망도 어둡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해외 자산이나 지분 매각이 제때 이뤄질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올해 영업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 확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는 비금융권의 차입금(비협약채권)이 많아채무 재조정도 현대상선보다 어려울 수 있다.



한진해운은 전체 5조6천억원의 차입금 중 은행대출이 12.5%(7천억원) 수준이다.



전체 차입금 4조8천억원 중 23%(1조1천억원)가 은행권 차입금인 현대상선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비협약채권은 투자자가 채권단 협약에 따르지 않고 원금과 이자 상환을 요구할수 있다. 투자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가 만기 조정이나 출자 전환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양창호 인천대 교수는 "현대상선은 현대증권[003450] 지분을 팔아 1조원 이상의현금을 확보했지만 한진해운은 그룹에서 지원하는 자금이 없고, 채권단 지원도 받지못해 용선료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앞으로 선박 억류 문제가 재발하면 문제가심각해지기 때문에 팔 수 있는 자산을 부지런히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소액 채권자들의 채무도 열심히 갚아나가야 잡음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