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국민공감이 무슨 말?"…기재부, 한은 재차 압박

입력 2016-05-03 12:00
유일호-이주열, 독일서 '양적완화 회동' 없을 듯



기업 구조조정의 재원 조달을 위한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셈법이 여전히 복잡하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2일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이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시각차가 완전히 좁혀지지는않은 모양새다.



특히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조조정에서 한은의 역할을 강하게주문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와 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체류하던 중 연 기자간담회에서다.



유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전제로 '사회적 합의'나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는 질문이 나오자 "국민적 공감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나는 것은 한국은행이 얼마 전부터 구조조정에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발권력 동원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한은의 입장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달 2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브리핑에서 구조조정을 위한 발권력 동원에 대해 "국민적 합의 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자본확충은 국회 동의 등의 절차를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이주열 총재가 구조조정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한은은국민적 합의라는 전제조건을 완전히 버린 것으로 보기 어렵다.



유 부총리는 '국책은행 지원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는 종전 한은의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국책은행 출자는 통상 재정이 한다"면서도 "경제 정책은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시급한 현안을 앞두고 한은이 지나치게 원칙에 매달린다는지적으로 볼 수 있다.



유 부총리는 간담회에서 한은의 산업은행 출자를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산업은행 출자뿐 아니라 한은의 수출입은행 출자나 산은 발행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매입 등의 방안을 거론해왔다.



앞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함께하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장·차관이 잇따라 한은의 역할을 강조함에 따라 한은 입장에서는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습으로 외부에 비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속내를 표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급한 과제인 구조조정을 앞두고 정부와 한은이 서로 책임을 미룬다는 비난 여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은이 국책은행 지원을 놓고 '어색한 동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 부총리가 프랑크푸르트 출장에서 공식적인 행사 외에 이 총재를 따로 만날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도 다소 냉랭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를 위한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가 어떤출발을 보일지 주목된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주재하는 TF는 4일 세종청사에서 첫 회의를 한다. 회의에는 기재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noj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