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한진해운도 자율협약 개시 가닥

입력 2016-05-01 06:09
현대상선과 형평성 고려…이달 중 용선료협상 등 시작할 듯



구조조정 개시를 두고 진통을 겪던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처럼 일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뒤 복합적인 틀의 구조조정을 진행할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KEB하나은행, 우리은행[000030], KB국민은행, 부산은행 등 한진해운의 7개 채권금융기관은 오는 4일까지 조건부자율협약을 개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29일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고 조건부 자율협약을 안건으로 올렸다.



자율협약은 채권단 100%가 동의해야 개시된다.



그간 한진해운은 채권단과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가자료 보완 요구를 받는 등 구조조정을 나서는 데 진통을 겪어 왔다.



금융권에서는 지난달 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조양호 회장의 설득에 나서는 등 자체 회생 노력을 지속할지 자율협약의 길을 갈지에 대한 고민도 길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자율협약 신청을 앞두고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한 최은영 전 회장의 '도덕적 해이' 논란도 점화됐고, 일각에서는 이에 따른 대주주의 사재 출연 요구도 나왔다.



현대상선 자율협약에 참가했던 신용보증기금이 한진해운 채권단에서는 빠지기로결정하는 일도 있었다.



이렇게 매끄럽지 않게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두고 시장에서는 "현대상선은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로 가는 것 아니겠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되기 때문에 회복하기 어려운 영업력 손실을 보고, 사실상 청산의 길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채권단은 일단 한진해운에 대해서도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한 뒤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병행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해운사 모두에게 공평하게 살아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자율협약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모두 진행할 것"이라며 "비협약 채권자들이 출자전환에 참가하는 등 채무재조정을도울 방안 등도 어느 정도 짜여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 역시 곧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에 나서고, 이달 중순께에는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만기 연장 등을 요구할 전망이다.



다만 똑같은 기회를 얻게 됐더라도, 상황은 여전히 한진해운에 불리한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4천112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자구계획을 제출했으나, 금융채무와 용선료, 항만이용료 등을 포함하면 상반기에만 약 5천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의 조건을 충족하기 전에는 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한진해운은 시급히 유동성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지난 2월부터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진척을 이룬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이제 용선료 협상을 시작해야 하는 처지다.



글로벌 해운동맹이 급속하게 재편되는 상황이라, 금융권에서는 용선료 협상의데드라인이 사실상 앞으로 3개월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sncwoo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