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후 유 부총리 기자단 문답과 참석자들 발언들 정리해서 기사 하단에 붙였습니다.>>기재부, 역대 부총리·장관 초청 만찬…참석자들 쓴소리"국민 공감대 필요…구조개혁도 국민 지지 얻도록 노력"최경환 "한은법 개정하려다 접어"…강봉균 "구조조정에 실탄 필요"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역대 경제부총리와 장관들이 현 경제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28일 저녁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역대 부총리·장관을 초청해만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4대 부문 구조개혁과 함께 기업 구조조정, 신산업 육성 정책을추진하고 있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선배 부총리·장관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자리다.
간담회에는 이승윤·홍재형 전 부총리(경제기획원), 사공일·정영의·이용만·박재윤 전 장관(재무부), 강경식·임창열 전 부총리(재정경제원), 강봉균 전 장관,진념·김진표·한덕수 전 부총리(재정경제부), 장병완 전 장관(기획예산처), 강만수·윤증현·박재완 전 장관, 현오석·최경환 전 부총리(기재부) 등 18명이 참석했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집무실에 걸려 있는 역대 선배 장관님들 사진을 보면서 요즘같이 어려울 때 이 자리에 계셨으면 어떻게 하셨을까 생각을 하게 된다"며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고비마다 많은 도움을 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역대 부총리·장관들 중에서는 이승윤 전 부총리와 진념 전 부총리, 박재완 전장관이 대표로 인사말을 했다.
먼저 이 전 부총리는 "역대 부총리 초청 만찬 때마다 참석했는데 오늘은 특히마음이 무겁다"며 "미래 한국 경제의 운명이 유일호 경제팀의 구조개혁 성공 여부에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총리는 "사실 우리 산업 구조조정은 벌써 해야 했다. 또 자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확보했어야 한다"며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가 항상 우리 경제를옥죄어 온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구조조정 성공을 위해서는 충분한 대국민 설득이 있어야 한다"며 "실무는 차관 이하 실무자에게 맡기고 유 부총리는 당사자뿐 아니라 여러 이해 집단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에 매진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구조개혁이 지나치게 정치 쟁점화되면 개혁의 힘을 얻기 쉽지않고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여야 대립 속에 정치 논리에 매몰되지 않도록 유 부총리가 모든 역량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진 전 부총리는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민간 역량도 필요하다"며 "유암코가있지만 구조조정 역할을 하기에 자본력에서 부족하다. 민간 구조조정 펀드의 역량도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출산 문제나 성장동력을확충하는 등 미래에 대한 투자는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전 장관은 "지지부진한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근본적으로 총요소 생산성을 올리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정치권의 총선 공약을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큰 정부나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어 걱정"이라며 "이런 철 지난 진단에서 나온 날림 공약이 총요소 생산성을 떨어트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국회가 여소야대, 3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정부가 경제정책을 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며 "기재부는 경제정책의 두뇌이자 심장이니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성장잠재력을 진작시키고, 구조개혁의 당위성과 국민의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서 전임 장관들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가장 많은 조언을 했다.
기재부는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칼을 뺀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기업구조조정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며 "다만 전문성이 있는 채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또 전임 장관들은 기업구조조정의 방향은 회생 가능성을 제1 원칙으로 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며, 주력산업인 전자와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도 유사한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담회 후 유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선배님들의 지혜와 고견을 들으며 많은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서 실패할 경우에 대해서는 "다음 단계는채권단과 정리 단계"라며 "용선료 협상에 총력 기울여야 하고 잘되길 바란다. 잘되느냐 안되냐는 협상력 차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사공일 전 장관과 강봉균 전 부총리께서 말씀하셨는데, 실탄을 확보하는 의미지 미국식 양적완화와는 다른 얘기였다"며 "산발적으로출자하기보다는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강봉균 전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 본인이 내놨던 새누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현물이나 현금 출자 하는 식으로 찔끔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구조조정을 하려면 실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고려하는 구조조정 재원 마련 방안은 국책은행에 출자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이지만, 강 전 장관은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 진념 전 부총리는 구조조정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민연금도 500조원이 있고 여러 가지 기금을 모으면 1천200조원이 있는데 이런 자금이 돌 수 있도록 활용하고, 민간에서 구조조정하는 전문 인력들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산은이나 수은이 제대로 못 한다는 게 아니라 거기에 의존할 수만은 없으니 투트랙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양적완화는 부총리 때도 매우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이라며 "재정만으로는 구조조정을 하는데 한계가 있어 한국은행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한은법을 개정하려 했지만, 독립성 문제가 있어 진전을 시키지 못 했다"고 밝혔다.
강만수 전 장관은 "해운업은 미래 영웅 산업이기 때문에 꼭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며 "법정관리 보내면 (해운사가) 해체될 수 있으니 법정관리는 가지 않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구조조정은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게 과거의경험이고 지혜"라며 "민간과 시장이 (주도하면) 바람직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때는누군가 나서서 조타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재정을 최소한으로 쓰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기에는 부족하고,금융에서도 금융 안정성 문제가 있어 구조개혁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재완 전 장관은 "한국판 양적완화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방법론에서는 더 신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우선순위를 정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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