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주요현안 부상…'옥석가리기' 강도 높아질듯

입력 2016-04-18 20:46
4·13 총선이 끝나자마자 그동안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업 구조조정에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한국경제를 총괄하는 경제수장이 개별 기업 사례까지 언급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독려하는 한편, 금융감독당국 수장은 채권은행장들을 불러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채권은행들이 이제 막 대기업들을 상대로 신용위험도 평가를 시작한 가운데 주요 당국자들의 이런 발언은 채권단의 선별 작업과 강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부터 현대상선[011200], 한진해운[117930], 한진중공업[097230] 등 굵직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절차가 다음 국면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업구조조정 이슈가 당분간 금융시장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유일호 "구조조정 챙기겠다"…진웅섭 금감원장도 은행장들 독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유일호 부총리 겸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현지시각) 기자 간담회에서 "공급 과잉업종·취약업종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으며, 빨리해야 한다"며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가 직접 나서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해운업황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해운사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라고 말해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18일 은행장들을 만나 과감하고 신속하게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해 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진 원장이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연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진 원장은 당시 간담회에서도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이후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론 악화를 우려해 정부와 채권단이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을 주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진 원장의 이날 간담회 발언의 수위는 이전보다 한층 높았다.



진 원장은 "대주주의 소극적인 자세와 노조의 집단행동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적기를 놓칠 수 있다"며 "채권은행들이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원칙에 의거해 과감하고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 총수가 자신의 그룹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 계열사만 무책임하게 버리는 '꼬리자르기' 행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 채권은행들 '옥석가리기' 본격 시작…평가강도 높이나 채권은행들이 이달부터 대기업을 상대로 본격적인 신용위험도 평가 작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유 부총리와 진 원장의 이런 발언은 채권단 평가에도 영향이 불가피할전망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지난주 금융권 빚이 많은 모두 39개의 주채무계열 기업집단을선정하며 올해 구조조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금감원은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39곳의 주채무계열(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2014년 말 기준 금융권 총신용공여액의 0.075%인 1조3천581억원 이상인 계열기업군)을 선정해 발표했다.



당국은 평가대상으로 선정된 주채무계열 소속기업체에 대해 다음 달 말까지 재무상황 등을 점검하고, 취약요인이 발견되면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대응계획을 수립토록 할 예정이다.



새로 제정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도 이달 중 시행령·감독규정 등 하위법령의 입법을 마쳐,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선별 작업이 시작된다.



새 기촉법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의 적용 범위를 금융권에서 빌린돈(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에서 30억원 이상 중소기업으로 넓힌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은 우선 대기업에 대해 4~6월에 평가를 진행해 7월 초 구조조정 대상을선정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7~10월 평가를 거쳐 11월 구조조정 대상을 고를 예정이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은행을 중심으로 한 기업 구조조정 업무는일정에 따라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 부총리의 간담회 언급은 기업구조조정 이슈를 주요 현안으로 직접 챙겨보시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상선 이달 용선료 협상에 '사활'…"올해가 구조조정 최적기" 당장 이달부터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결과 등을 시작으로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 현안들이 터져 나올 전망이다.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등 굵직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절차가 다음 국면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또 다른 기업 이름이 구조조정 대상명단에 추가될 것인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 상반기에 가장 큰 이슈로 꼽히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이달 말에 최대 고비를 맞는다.



지난달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 공모사채의 만기 연장에 실패해 8천100억원의 사채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한 현대상선은 이달 중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을마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해외 선주들이 양보를 거부하면 다른 채권자들만 희생을 감내할 수 없어 전체구조조정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현대상선처럼 해운업 장기침체로 어려움을 겪어 온 한진해운은 1월부터 진행한재무진단 컨설팅이 끝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경영개선 방안이 수립될 예정이다.



올 1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 긴급 운영자금 1천300억원을 지원받은 한진중공업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은 이달 중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영도조선소의 처리 방안등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중국발 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연말까지 남은 8개월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라고 보는 시각도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 대대적인 감원의 고통을 몰고 올 수 있는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총선 직후인이달부터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는 연말까지가 기업 구조조정의 최적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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