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채권단, 조건부 자율협약 가결

입력 2016-03-29 16:22
3개월간 채권 원금·이자 유예…용선료 협상이 관건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011200]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다.



KDB산업은행은 29일 여의도 본점에서 우리은행[000030], 신용보증기금 등으로구성된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지난 22일 현대상선이 신청한 자율협약 안건을 100% 동의로 의결했다.



자율협약에 따라 채권단은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3개월간 유예하고 실사 결과를바탕으로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 재조정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에 가결된 안건은 해외 선주와 사채권자 등 채권금융기관 이외의 이해관계자가 동참한다는 전제가 붙은 조건부 자율협약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협상이 무산되면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작업은 세 가지 축이 동시에 돌아가지 않으면 전체 구조조정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장기간 지속된 해운업 침체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온 현대상선은 다양한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만 6천2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재 현대상선의 채무 규모는 총 4조8천억원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는 채권액(협약채권) 비중이 3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협약채권액의 비중이 작으면 법정관리에 돌입해야 하지만, 그 경우 글로벌 컨테이너사 동맹(얼라이언스)에서 퇴출돼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보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 외에도 해외선주, 비협약 사채권자들이 동시에 양보해 고통을 분담하는 형태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번 자율협약이 조건부로 가결된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채권단이 먼저 자율협약 돌입을 결정함으로써 현대상선 경영정상화의 가장 중요한 '열쇠'인 용선료 인하 협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은 지난 2월부터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있으며, 4월 초·중순에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해외 선주들도 건조 당시 빌린 돈의 이자를 물어가며 배를 보유한 데다 다른 선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 용선료 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무너지면 업황 부진으로 배를 빌려줄 다른 선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해외 선주들이 인하 협상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율협약이 외국선주와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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