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조사결과 순차적 발표"…공정위원장 일문일답

입력 2016-03-22 06:05
"SKT-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 막바지…업계 난상토론에 일희일비 안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총수 일가의사익 편취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순차적으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간 한진, 한화, CJ 등 5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해온 공정위는지난 21일 현대그룹에 처음으로 혐의 내용을 적시한 심사보고서(검찰의 기소장에 해당)를 보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사실관계 검토가 먼저 끝난 그룹부터 순차적으로 사건 처리를 할 것"이라며 "5개 그룹 외에 나머지 법 위반 혐의가 있는 그룹도 단계적으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017670]과 CJ헬로비전[037560]의 기업결합 심사에 대해서는 "실무부서에서 경쟁 제한성 검토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기업결합이라 민간에선 난상토론이 벌어지고 있는데, 공정위는 여기에 일희일비하지않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올해 공정위 업무계획에서 경제 민주화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강조했다. 어떻게 해야 국민 체감도가 높아질까.



▲ 공정위 소관 경제민주화 14개 과제 중 9개 과제 입법이 완료됐다. 5개는 국회 계류 중이다. 우선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입법이완료된 법들을 철저히 집행하겠다. 기존 순환출자는 공시 제도를 강화해 시장 평판으로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경우 하도급 대금 문제가 가장 크다. 대금 미지급 행위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유통업체,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법이 적용된 지 1년여 만에 첫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나.



▲ 지난해 2월 본격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시행하면서 40개 그룹에서 자료를 받았다. 위반 혐의가 큰 그룹을 우선 선별해 지난해 현대, 한진, CJ 등 5개 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했다. 사실 관계 검토가 가장 먼저 끝난 그룹부터 순차적으로 사건 처리를 할 계획이다. 5개 그룹 외에 나머지 법 위반 혐의가있는 그룹도 단계적으로 조사를 할 것이다.



-- 공정위가 SK 계열사에 부과한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과징금 347억원을 돌려주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SK그룹에 대한 과징금 부과(2012년 9월)는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규정이도입(2015년 2월)되기 전에 이뤄진 것이다. 당시 적용된 법은 현행 일감 몰아주기규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당시에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거래와 비교해 계열사 거래가 '현저히' 유리한 조건이었다는 점을 공정위가 입증해야 했다. 법원은 증거를 엄격하게 따지다 보니 SKC&C가 계열사들과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지는 않았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와 시각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계열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도 제재할 수 있도록 요건이 완화됐다. 총수 일가가 많은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굳이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지 않았더라도 거래 규모 자체가 상당하면 법 위반이 되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신설됐다.



--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고발도 가능한가.



▲ 법 위반 정도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총수들이 모든 법 위반을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총수가 구체적으로 관여했거나 압력을 넣은 경우에만해당된다.



-- 지분 줄이기 등으로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에서 빠져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기업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는 사실 자체도 중요하다. 지분이 30% 미만으로 떨어지면 일감을 몰아주더라도 총수 일가에게 돌아가는 사익의 규모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방송·통신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이동통신 1위가 케이블TV 1위를 인수하는 만큼 공정위가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 문제가 쉽지않아 보인다.



▲ 실무부서에서 경쟁 제한성 검토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조만간 심사보고서가 나갈 것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 있는 기업결합이라 민간에선 난상토론이벌어지고 있는데, 공정위는 여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판단하겠다.



-- 공정위가 최근 은행 CD금리 담합 관련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조사 기간이 이례적으로 길었던 만큼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나.



▲ 2월에 은행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이에 대한 의견을 4월 초까지 제출해달라고 한 상태다. 은행 측 의견서가 오면 양쪽 의견을 분석·검토한 이후 전원회의에서 위법성을 판단하게 될 것이다.



-- 경제민주화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위한 법안이 19대국회의 문턱을 넘기 어려워 보인다. 법안이 자동 폐기돼도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인가.



▲ 현실적으로 19대 국회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것으로 본다. 20대 국회 때 계속해서 추진할 생각이다. 많은 대기업이 금융 계열사를 보유한 상황에서 이를 정리하지 않으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어렵다.



지주회사보다 기업 지배구조를 더 투명하게 만들 방안은 현실적으로 없다.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하면 금산복합 대기업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 체제로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그러나 19대 국회 법안 소위에서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위한 법안이 특정그룹에 특혜를 주는 법이라고 야당이 반대해 논의가 거의 안 됐다. 금산 분리 측면에서 다소 보완할 사항이 있기 때문에 20대 국회 때는 이를 반영해 입법을 추진하려한다. 중간금융지주 소속회사의 계열사 출자 금지, 중간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출자규제 강화 등 보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 셀트리온[068270]과 하림[136480]이 올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크다고 한다. 그동안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5조원에서 7조원으로 올릴 계획은 없나.



▲ 과거 총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기로 했을 때와 지금 경제 규모를 생각해보면 기준이 올라가야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맞다. 상향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경제·사회적파급 효과가 큰 사안인 만큼 상향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 공정거래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계획은 없나.



▲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실손배상 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법 체계와 맞지않다. 실익이 큰 분야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기술유용·부당 단가인하·부당반품·부당 발주취소 등 하도급법 4대 불공정행위와 대리점법상 일부 행위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인정하고 있다. 원청-하청업체, 본사-대리점은 힘의 불균형이 큰데다 신고 사실이 알려지면 거래 관계가 끊겨 손해를 보는 점을 고려해 매우 제한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이를 일반 상거래 전반에 적용되는 공정거래법까지 확대하면 민법상 실손해배상 원칙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 라면 값 담합 과징금 소송 등 공정위 제재가 잇따라 대법원에서 뒤집히고 있다.



▲ 최근 대형 과징금 사건에서 패소 판결을 받게 된 점을 상당히 아쉽게 생각한다. 법원이 더욱 엄격하게 증거를 요구하는 경향이 생겼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시장질서를 바로잡으려면 '이 정도 증거면 되지 않겠느냐'고 판단하면서 일부 사건에서패소가 일어났다. 라면 담합 건 패소 또한 법원이 매우 정교하고 과학적인 증거를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패소를 줄이기 위해 조사 단계에서부터 사전 분석이나 정보수집을 철저히 해 법원이 요구하는 증거를 입수하고, 사실 관계·쟁점 등을 명확히 정리하는 심의단계도좀 더 철저히 준비하려 한다.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처리 담당자를 소송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케 하겠다.



- 법원 판결이 엄격해지고 기업들이 대형 로펌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공정위의 불공정행위 제재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 퀄컴, 대형마트 건 때문에 이런 지적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공정한 결정을위해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사실 관계 확인을 철저히 하고 있을 뿐 제재 확정을 늦추는 것이 아니다.



퀄컴의 경우 퀄컴 측이 의견서 제출기한 연장을 신청해 이를 허용했다. 퀄컴 측이 공정위 자료를 영어로 번역해 봐야 하고, 영어로 쓴 의견서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제출하다 보면 국내 기업보다 의견서 제출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의 경우 최종 의결을 하는 데 필요한 자료가 부족해 추가 자료를 확보해야 했다.



합의를 속개하기로 했다.



-- 올해 예약부도 근절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는데.



▲ 예약부도에 따른 소상공인, 영세사업자 피해가 크다. 민간 경제연구원에서조사했더니 5대 서비스업종 피해가 연간 4조5천억원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음식값이나 서비스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가 '부메랑' 식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달 내로 콘텐츠를 제작해서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할 것이다. 전국망이 있는 소비자 단체들과 협조할 계획이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