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한국경제 '덜커덩' 조짐…수출 감소세로 출발

입력 2016-01-18 06:05
첫 달 1∼10일 수출액 작년 동기비 22%↓…내수도 '불안'대형마트 매출 신장세 주춤…카드 승인액 증가세 둔화



중국 증시 폭락과 북한핵실험 등 연초부터 대내외 악재를 겪은 한국 경제가 불안하게 출발한 것이 여러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저유가 영향으로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온 수출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수출 부진을 메워 경기를 지탱해 온 소비도 새해 들어 주춤한 양상이다.



◇ 불안한 수출전선…새해 첫 10일간 22% 감소 올해의 수출 여건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과 교역 신장률 등이 지난해보다 높아진다는게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의 일반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세청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0일 수출액은 85억2천400만 달러로작년 같은 기간보다 22.5% 급감했다.



연초이고 1월의 3분의 1만 지난 시점이라 월간 수출 추세를 예단하기는 섣부른감이 있다.



그러나 첫 10일간의 감소폭이 커서 수출의 마이너스 행진이 새해 첫 달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전체로도 수출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트라(KOTRA)의 1분기 수출선행지수는 지난해 4분기보다 1.4포인트 오른 50.0이다.



지수가 기준치 50을 넘으면 지난 분기보다 수출 경기가 좋아짐을 의미한다.



올 1분기 지수가 기준치라는 것은 1분기에도 작년 4분기의 연장선상일 가능성이크다는 뜻이다.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는 저유가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공급 과잉 우려 속에 30달러선이 붕괴하면서 12년 만에 최저치 수준인 20달러 대에 진입했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5일 3.50% 내린 배럴당 29.80달러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94% 밀린 29.66달러에 거래됐다.



한국 수출의 60% 정도가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을 상대로 이뤄지는 상황에서저유가는 수출전선의 복병일 수밖에 없다.



◇ 소비시장에도 찬바람 조짐…대형마트·백화점 양극화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를 지탱해 온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을 1.3%로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한 소비는 지난해 11월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1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비는 전월보다 1.1% 감소했다.



12월엔 백화점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있었던 작년 6월(-6.0%) 이후 6개월 만의 감소세였다.



12월 대형마트 매출액도 2.1%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새해 들어서도 중국 증시 급락, 북한의 4차 핵실험, 12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국제유가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 소비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이달 1∼12일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했다.



식품 매출이 2.8%, 패션 관련 매출은 7.5% 줄었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겨울 의류 매출이줄어든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 매출은 2.5% 증가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초반 매출이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어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카드[029780]의 이달 1∼13일 카드 승인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지만 증가 폭은 둔화됐다.



2014∼2015년 같은 기간 승인액은 5.4% 증가했었다.



백화점 매출은 신년 세일행사에 힘입어 다소 호조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이달 2∼12일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3.3% 늘었다. 현대백화점[069960]과 신세계백화점도 각각 13.0%, 10.5%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겨울 추위가 이달 중순 들어 맹위를 떨치면서 대형마트·백화점들은 겨울 용품을 중심으로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소비 여건이 전반적으로 호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겨울 상품 매출이 다소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그래도 작년보다는 올해 소비 여건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매출액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올해 매출은 메르스로 타격받은 작년보다는 증가할 것"이라며 "매출이 성장하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채널 등으로의 쇼핑 환경 변화로 소비자 발길이 갈수록 줄고 있는 전통시장에선 새해에도 빙하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연초라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며 "설 연휴 즈음이 되면 손님이 조금 늘어나는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미약한 소비증가 흐름이 경기를 띄우기 위해 정부가 작년부터 추진한 정책효과가 떨어지면 이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초의 소비 활력이 지난해보다 강하지 않은것 같다"며 "정부의 정책 효과가 발생하는 부문에선 회복세가 보이지만 내수 전반으로는 확산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남성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1분기에 소비경기가 뚜렷이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유통업체들의 2분기 실적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수침체 기조는 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경제성장률 둔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소비가 큰 폭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