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 유럽행…'큰물'에서 IR 통해 투자자 물색주가하락이 걸림돌…"국민주 방식 검토 필요" 목소리도
우리은행의 이광구 행장이 직접 유럽에서 투자설명회(IR)를 여는 것은 투자자 유치의 저변을 넓혀 민영화 시기를 앞당겨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간 주된 투자 유치 대상이던 중동 산유국의 국부펀드들이 저유가 심화에 따른재정 상황 악화로 우리은행 지분 매입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보통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이후 확약까지는 1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매각이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투자자들을 모집할 필요가 있다는 절박함이 이광구 행장의 유럽행 발걸음을 재촉한 것이다.
이 행장이 방문하는 런던 등은 세계 각국의 투자자가 모여있는 '큰 물'이다.
◇ 네 차례의 민영화 시도 실패…금융지주 해체 이후 경쟁력 논란 그가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으려면, 결국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우리은행이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
그러나 그간 네 차례나 시도했던 과거의 우리은행 민영화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돌아간 기억은 성공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특히 2014년 추진했던 민영화에서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 매각에는 성공했으나정작 우리은행의 매각에는 실패, 우리금융지주가 해체되면서 민영화가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손발'이 잘린 채 은행만 남아버리면서 경쟁력이 하락해 투자자들에게 매력이더 떨어져버렸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에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우리은행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 연구분석부의 오승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지주체제와 단독체제 하의 은행간 경쟁력 비교'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업권별리딩 회사들과 제휴해 영업하는 우리은행이 지주체제 은행들보다 경쟁력이 낮다는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지주회사 제도가 도입됐으나 은행의 수익 비중이79%를 차지할 만큼 편중되고 겸업화 효과도 낮아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 창출은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은행이 자회사를 분리매각한 전후로 나눠 살펴본 각종 지표에서도 오히려 경쟁력이 올랐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3분기 이후 증가세를보여 지난해 3분기 2천69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2천443억원)보다 증가했다.
방카슈랑스 판매수수료도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29.7%로 증가, 국민은행(31.9%)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했다. 우리은행의 2014년 방카슈랑스 판매수수료 점유율은상반기 26.7%, 하반기 27%였다.
수익증권 판매수수료도 2014년 상반기 16.2%, 하반기 16.9%에서 지난해 3분기누적 17.5%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오 위원은 "이 결과는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였을 때에도 교차판매와 상품알선등을 통해 계열사에서 얻는 시너지가 크지 않았음을 반증한다"며 "증권, 생보 등 계열사 매각으로 인한 공백을 해당 업권 우량회사들과 제휴해 복합점포를 개설하는 등영업역량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 주가 하락이 걸림돌 될까…"국민주 방식도 검토 필요" 목소리도 나와 그러나 이렇게 우리은행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은행산업 자체의 매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줄곧 하락해 온 우리은행의 주식 가치는또 다른 문제다.
8일 기준으로 우리은행의 주가는 8천540원이다.
2014년 11월만 하더라도 1만5천400원에 달했던 주가가 불과 1년여 사이에 45%가까이 내려앉은 것이다.
우리은행은 처음으로 행장이 직접 IR에 나서는 만큼 투자자들로부터 직접적인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여기서 좋아진 수익성과 건전성을 어필한다면 떨어진기업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순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는 상황이고, 부실채권(NPL)비율도 과거 3% 가까이 올라간 것을 1%대로 끌어내렸다"면서 "이런 부분을 보여준다면 재무적 투자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주식가치도 오를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적으로는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세계경제의 환경도 투자자 유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은행 매수에 관심을 보이던 중동 국부펀드가 저유가 탓에 태도를 바꾼 것처럼, 향후 세계경제의 진행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도 적극적인자세를 보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유럽은 유동성이 도는 등 개선세를 보이는 만큼 과거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곳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이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된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잠재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우리은행과 금융당국 등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일각에서는 다른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기존의 과점주주 매각방식 외에도 국민주 방식을 새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민주 방식의 경우 공적자금의 회수 극대화 원칙과 어긋날 수 있지만, 시장 수요가 저조한 상황인 만큼 조기 민영화에 방점을 두고 유효수요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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