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정책금융 기능 재편 계획에 따라 산업은행은 내년에도 변신을 계속하게 된다.
중점 지원분야를 전통 주력산업에서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바꾸고, 지원 대상을 대기업보다는 중견기업이나 예비 중견기업으로 전환하는 게 정책금융 기능 재편안의 골자다.
이에 따라 산은은 민간과의 시장마찰을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투자은행(IB) 업무를 대폭 축소하고 정책금융 기능에 더욱 집중할 전망이다.
기능 개편안은 새해 업무계획에 반영돼 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 민간금융 미흡한 부분에 집중…중첩기능은 대폭 축소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산은은 정부가 지난달 마련한 '기업은행·산업은행역할 강화' 방안에 따라 민간과 중첩되는 업무영역을 최소화하면서 민간 부문을 보완해 창의력과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성장단계별 금융지원에 집중하게 된다.
산은 기능 개편안의 핵심은 정책금융기관 간의 중첩된 역할 재조정과 민간과의마찰 최소화다.
각종 정책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중소기업으로 계속 남아 있고 싶어하는 '피터팬증후군'을 막기 위해 중견기업을 육성하는 역할도 강화한다.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기능은 직접투자보다 간접투자 방식의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 성장사다리펀드 등과 협업해 공동투자나 간접투자를늘리는 방식으로 모험자본 생태계의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민간 영역과 중첩된다는 지적을 받는 투자은행 업무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민간과 경쟁하는 우량(AA등급 이상) 회사채 발행 업무를 줄이고 해외채권 발행,기간산업 지원용 장기채 발행 등 민간 역할이 미흡한 부분에 역량을 집중한다.
인수·합병(M&A) 자문 업무는 산은이 주채권은행 역할을 맡거나 대기업 사업재편 같은 구조조정 업무에 국한할 예정이다.
IB 업무 축소로 발생하는 유휴 인력은 기업 구조조정과 리스크심사 강화, 미래성장동력 지원 업무 강화에 투입하기로 했다.
◇ 산업은행발 대규모 M&A장 서나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비금융회사 지분 매각을 본격화한다.
이에 따라 산은발 대규모 M&A 장이 설 가능성이 있다.
정책목적을 달성한 기업에 대해선 그간 출자전환했거나 투자했던 지분을 2018년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정책목적 달성'의 기준은 출자전환 기업의 경우 정상화된 곳, 지분투자 벤처·중소기업은 투자기간이 5년을 넘은 곳으로 정했다.
산은이 지분 5% 이상 출자한 비금융사는 377개(출자전환 34개, 중소·벤처투자등 343개)로 장부가로 9조3천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비금융 자회사가 우선 매각 대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15% 이상을 출자한 비금융 자회사는 118개(출자전환 16개, 중소·벤처투자 102개)로 지분 규모는 장부가 기준으로 2조3천억원이다.
산은이 3년간 집중매각할 지분은 출자전환 후 정상화기업 5개, 중소·벤처 투자기업 86개 등 91개로 추려졌다.
금융권은 산은이 3년 내에 집중 매각할 대상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우조선해양[042660], 한국지엠, 아진피앤피, 원일티엔아이 등 5곳이 포함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밖에 매각 대상에 오를 산은의 출자전환회사 지분도 적지 않다.
현대시멘트[006390], STX조선해양, STX중공업[071970], ㈜STX[011810], 동부제철[016380]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매각원칙은 '신속한 매각'과 '시장가치 매각'이다.
◇ "우리 경제에 꼭 필요한 정책금융 역할 찾아야" 이번 기능 개편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위상 재정립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의 정책금융 역할은 정권 교체에 따라 부침을 겪었다.
이명박정부는 출범 초기에 산은의 민영화 방침을 밝히고 정책금융 역할을 따로떼내 정책금융공사를 출범시켰다.
정책금융 기능이 분리된 산은을 글로벌 IB로 육성한다는 기조 아래 IB 기능을대폭 강화하고 개인금융 업무에까지 손을 뻗어 민간 금융사들과 경쟁시켰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산은 민영화는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산은은 2013년 8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에 따라 정책금융공사와 재통합하는 진통을 겪었다.
올해 1월 통합 산은이 재출범했지만 시장 마찰 등 비판이 끊이지 않으면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 재정립 필요성이 대두한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의 체질이 바뀌고 있지만 정책금융은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이라며 "다만 종전 대기업 지원과는 다른 방식이 되도록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에 정말 필요한 정책금융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벤처기업과 미래성장산업을 키우는 일이 돼야 한다"며 "산은은 통합 1년을 되돌아보며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