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제> ⑧ "변해야 산다"…'절절포' 개혁바람 거셌던 금융권

입력 2015-12-14 08:01
핀테크 열풍 속 비대면 실명확인 도입…인터넷은행 출현 임박은행권 계좌이동제 시행…'보험다모아' 사이트 출범



지난 한 해 국내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개혁이었다.



금융권 이슈 상당수가 금융개혁에서 생겨나고 귀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개혁은 한국금융의 현실 안주, 보신주의에 대한 질타에서 시작됐다.



규제 울타리 속에서 안주하며 땅 짚고 헤엄치는 영업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세계경제포럼(WEF)이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평가에서도 금융은 늘 하위권을 맴돌며 한국 경쟁력을 갉아먹는 분야로 꼽혔다.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부터 금융개혁 필요성을 역설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지난 3월 금융당국 수장을 맡으면서 개혁 바람이 거세졌다.



2월 3일 범금융권 대토론회에서 "규제 완화를 절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는 그의 '절절포' 발언은 금융개혁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주축이 된 금융개혁회의는 3월 25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개혁의 밑그림을 짰고, 금융위·금감원 합동 현장점검반이 금융현장을 돌며 건의사항을 끌어모아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나부터 바꾸겠다'며 금융위·금감원이 검사제재·개혁방안을 내놓았다.



먼저 50개 실천과제를 만들고서 의견 수렴을 거쳐 70개로 확장했다.



초기에는 업권별 규제완화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의 금리·수수료·배당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당국의 선언에도 개혁 의지를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변화를 느낄만한 과제들이 속속 결과물을 내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10월 30일 시행된 계좌이동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길 때 기존 계좌에 등록된 여러 자동이체 건을새 계좌로 쉽게 옮길 수 있도록 한 '페이인포'(www.payinfo.or.kr) 사이트가 문을연 것이다.



은행권에선 기존 고객을 붙드는 동시에 새 고객을 끌어들이는 혈전이 벌어졌다.



이달 초 시작된 비대면 실명확인은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22년 만의 변화로 평가됐다. 은행계좌를 만들 때 은행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영상통화나 생체인증을 통해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23년 만의 새 은행인 인터넷 전문은행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됐다.



KT[030200]와 우리은행[000030]이 주도한 K뱅크와 카카오[035720]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이끈 한국카카오은행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뒤 혁신 서비스를 예고했다.



공중전화박스를 자동화기기(ATM)로 변신시키고, 편의점을 접점으로 삼아 소비자편의를 높이겠다는 구상 등은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인터넷은행이예고한 혁신 서비스의 일단이다.



특히 10%대 중금리 대출상품에 대한 인터넷은행들의 구상은 기존 은행권과 2금융권 사이의 틈새시장을 메울 대안으로 벌써 주목받고 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으로서는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으로 긴장감이 커졌다.



자본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한국거래소를 코스피, 코스닥 등을 자회사로 갖는 지주회사 구조로 개편하는 법안이 추진돼 국회에 걸려 있고, 창업기업이 온라인 펀딩포털을 통해 소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은 내년 시행을 앞두게 됐다. 사모펀드 규제도 완화됐다.



이는 모험자본을 육성하고 자본시장 본연의 자금조달 기능을 확대하려고 노력한결과다.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바구니에 담아 관리하면서 절세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내년부터 도입하는 것으로 결실을 봤다.



소비자와 접점이 넓은 보험산업은 아예 틀을 바꾸는 개혁이 추진됐다.



보험상품과 자산운용 규제를 사후·간접 규제로 전환하는 시도는 22년 만에 이뤄진 사실상의 상품 자유화라는 평가를 낳았다.



천편일률적 붕어빵 보험상품이 사라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게 됐다.



다양한 보험상품을 한눈에 비교해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슈퍼마켓 '보험다모아'가 11월 30일 문을 열었다.



보험사로서는 자율성이 커진 만큼 치열한 상품 경쟁에 직면했다.



핀테크(Fintech·금융+IT기술) 바람도 거셌다.



공인인증서 사용의무를 3월에 없앤 데 이어 사전 보안성 심의를 6월에 폐지하고소규모 전자금융업자의 진입요건을 완화하자 다양한 모델이 출현했다.



삼성페이 같은 간편결제와 간편송금, 모바일카드가 확산했다.



금융위는 이런 변화에 대해 '금융빅뱅'이라는 표현을 썼다.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국민체감 20대 금융관행 개혁'이 그것이다.



1조6천억원 규모의 휴면 금융재산을 찾아주는 대책,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금융거래 제출서류 간소화, 개인신용평가 관행 개선, 실손보험금 청구절차 간소화등 생활밀착형 과제들이 줄줄이 발굴돼 세부과제가 추진되고 있다.



개혁은 계속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개혁과제로 성과주의 확산이 현안으로 급부상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개혁은 기존 금융산업의 판을 흔들어 새로운 상품과서비스를 출현하게 하는 것"이라며 "내년에도 새로운 개혁과제를 발굴하고 기존 개혁방안의 이행실태를 점검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