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부분 완화' 찬반 팽팽…국회 문턱 넘을까

입력 2015-11-18 06:09
은산(은행-산업자본) 분리는 해묵은 주제인데도여전히 민감한 이슈다.



산업자본을 끌어들여 금융 경쟁력을 높이자는 완화론이 있는 반면에 은행의 재벌 사금고화나 은산 동반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이번 은행법 개정 추진은 과거와 차이는 있다.



정부가 큰 틀을 건드리는 '전면 완화'가 아니라 인터넷은행용 '부분 완화'라는접근법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회 심의에서 밀고당기기가 여전할 것으로 점치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 인터넷은행만 4→50%로 완화 추진…주요국 은산분리 규제는 정부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 지분한도를 4%에서 50%로 늘리려고 한다.



인터넷은행을 통한 정책목표는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은행산업의 경쟁을 촉발하는 동시에 미래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데 뒀다.



이를 위해선 정보통신기술(ICT)기업 같은 산업자본의 참여가 필요하며, 은산 분리 완화가 전제요건이라는 게 정부 논리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인터넷은행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곳은 일본이다.



일본에선 원래 은행법상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막는 조항은 없었지만 인가 실무 운용을 통해 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사실상 5%로 제한해 왔다. 2000년대 들어 인가지침을 통해 산업자본에도 문을 열면서 인터넷은행이 출현했다.



전자상거래업체가 대주주인 라쿠텐뱅크가 대표적이다.



유럽은 대부분 은산분리 규제가 없으며 적격성심사로 부적격자를 걸러낸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은산분리가 확고한 국가에 속한다.



미국 은행지주회사법에는 산업자본은 직간접적으로 25% 이상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5% 이상 의결권을 가지면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은행을 지배하지 않는다면 산업자본도 25%까지 지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인터넷은행은 저축은행 인가를 받은 곳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산업자본이 대주주가 될 수 있는 ILC(Industrial Loan Company) 제도를 이용한 기업계 인터넷은행도 설립됐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 찬반 공방 재연 가능성…국회 심의 '진통' 예상 은산분리 규제의 부분 완화를 둘러싼 찬반은 팽팽하다.



전통적으로 은산분리 규제를 찬성하는 쪽은 은행의 사금고화와 은산 동반 부실화를 우려한다.



또 그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문제로 꼽는다. 은행을 소유한 기업과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불공정한 경쟁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대목으로 지적한다.



실제로 동양그룹 사태 때 동양증권이 동양 계열사의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불완전판매해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준 일은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한 데 따른 폐해였다.



기업을 모니터링하고 구조조정을 주관하는 은행 기능의 약화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그런 배경에서 정치권 일각에선 인터넷은행의 업무가 기존 은행과 본질적으로같다는 점과 은산분리 규제의 취지에 비춰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반대로 완화해야 한다는 쪽에선 다양한 소비자 서비스를 통해 금융을 혁신하려면 적어도 인터넷은행에 대해선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은산분리 자체를 못마땅해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이들은 국내 은행산업의 성장 정체를 은산분리에서 찾는다.



주인 없는 은행의 한계, 규제에 안주한 땅짚고 헤엄치기 식의 경영이 은행업을우물안 개구리로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2009년 비금융주력자의 지분한도를 4%에서 9%로 완화할 때 자본확충이필요한 은행의 증자에 산업자본이 참여하면 대출여력이 확대되고 기업의 투자·생산·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국내 은행을 외국자본에 넘겨야 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논리도 있다.



완화 또는 폐지론자들은 은산분리를 지탱하는 논리 자체가 기우라고 보기도 한다.



공시제도, 이사회제도를 통해 투명성을 키워온 데다 대주주 신용공여한도 규제가 있는데 은행 경영진이 불법을 저지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은 은산분리 규제가 없고 미국은 있지만 산업자본에 25%까지 허용되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4%에 불과하고 산업자본의 정의도 너무 넓다"며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은산분리와 관련해선 산업자본의 정의와 지분 소유 규제등 두 가지 작업이 필요한데 몇 %로 규제할지에 앞서 산업자본의 정의를 어떻게 합리화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산업자본은 동일인인 전체 회사의 비금융회사 자본비중이 25% 이상이거나비금융회사의 자산합계가 2조원 이상인 경우로 돼 있는데 낡은 자산기준을 없애고비율 규제만 가져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50%로 완화하자는 안에 대해서도 지나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금융연구센터 금융정책패널은 지난달 정책제언에서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에 따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지분 보유한도의 상승폭을 줄이고 인터넷은행 도입에 따른 금융안정성 저해 가능성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 진정구 수석전문위원도 "ICT 기업의 주도적 참여를 감안하더라도대주주로서 50%까지 지분 확보가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완화 쪽으로 가닥이 잡히더라도 50%안이 관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3% 수준으로 낮아지거나 미국처럼 25%, 지방은행처럼 15%로 확 깎일 가능성도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논란이 심했던 은산분리를 둘러싼 논의를 되짚어보면 내년 총선을 앞둔 19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