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국가경쟁력 평가,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입력 2015-10-27 20:00
'눈높이' 반영 설문조사 비중 크면 순위하락 경향"맹목적인 신뢰 말고 순위 추세 정도만 참고해야"



"한국 금융시장 성숙도가 우간다나 부탄보다도못하다는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은 세계 4위라고요?"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자랑하는 국제 기구·기관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가 제각각이어서 어리둥절해하는 사람이 많다.



일각에선 도대체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할수 없다며 의아해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런 혼란은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달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가 87위로 우간다(81위)보다 뒤처진다는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한층 부각됐다.



국가경쟁력 평가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까지 일었을 정도다.



이처럼 들쑥날쑥한 결과는 기본적으로 기관별 평가 방법이 다른 데서 비롯된다.



국가경쟁력 관련 지표를 조사·발표하는 주요 기관은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매월 5월 발표), '다보스포럼'으로도 불리는 WEF(매년 9월), 세계은행(WB·매년 10월) 등 세 곳 정도다.



WEF와 IMD는 정부·교육·노동·금융 등 국가경쟁력을 전체적으로 종합 평가한다.



반면에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는 주로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은 설문조사 비중이 큰 평가에선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통계조사가 위주인 평가에선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종합 순위를 140개국 중 26위(2015년 기준)로 3개 기관 중 가장낮게 매기고 금융성숙도를 낙제 수준인 87위로 떨어뜨린 WEF 평가는 설문조사 비중이 70%에 달한다. 나머지 30%는 물가상승률·저축률 등 각종 통계를 반영한다.



설문조사 대상은 대기업 50명, 중소기업 50명 등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으로, 이들의 답변 결과에 따라 순위가 사실상 결정될 수 있는 구조다.



다시 말해 설문 참여자들의 눈높이가 높으면 상대적으로 해당 국가의 순위가 낮게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WEF 설문조사를 대행한 KDI 경제정보센터의 정영호 팀장은 "WEF 국가경쟁력평가는 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비중이 크다 보니 정확한 경제지표보다는 체감도로 점수가 매겨진다"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를 거치며 금융권에 대한 전반적인인식이 나빠져 금융부문 점수가 특히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IMD 국가경쟁력 평가는 통계조사 비중이 54%로 설문조사(46%)보다 크다.



올해 한국의 IMD 평가 순위는 25위다.



2011∼2013년 22위에서 2014년 26위로 떨어졌다가 소폭 상승한 것이다.



설문조사로만 하는 OECD의 올해 정부 신뢰도 평가에서도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조사 대상 41개국 가운데 26위로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는 통계조사와 법령분석 중심으로 이뤄진다는점이 다르다.



창업에서 퇴출에 이르는 기업 생애주기에서 각종 제도의 용이성을 측정한다.



창업하는 데 걸리는 시간, 재산권 등록 절차 등을 수치화해 평가하는 식이다.



올해 한국의 기업환경평가 순위는 설문조사를 병행하는 WEF·IMD 평가보다 훨씬높은 4위로 싱가포르, 뉴질랜드, 덴마크 다음이다.



우리 정부는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는 객관적 제도를 비교·평가하는 것이기때문에 WEF·IMD 평가 결과보다 신뢰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올해 '세계 4위'로 나온 기업환경은 현장에서 기업인들이 체감하는 것과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기업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하거나 맹목적으로 신뢰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창현 한국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박한 한국인의 특징이 국가경쟁력 평가의 설문조사 결과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이제 남들이 하는 평가에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말고 좀 더 자부심을 느껴도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순위 자체보다 순위가 올라가는 추세인지, 내려가는 추세인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