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대우조선…'4조3천억원대 지원 패키지' 순항할까

입력 2015-10-26 22:32
대우조선해양[042660] 노조가 26일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계획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키로 결정함에 따라 4조3천억원 규모로알려진 채권단의 정상화 패키지가 가동될 토대가 마련됐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르면 27일, 늦어도 28일 중으로 이사회를 열어 지원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조선업황 침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대우조선의 정상화에는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중심이 돼 유상증자, 출자전환, 신규대출 등의 방식으로 4조3천억원 안팎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정상 영업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보험공사 등의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도최대 5조원 가까이 늘려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올해 2분기에만 3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은 혈세로 천문학적인 지원을 받게돼 고강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졌다.



◇ 어쩌다 이 지경까지…해양플랜트 악재로 손실 눈덩이 대우조선이 외부지원 없이는 존속이 어렵게 된 배경에는 조선업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원가와 기술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수주한 해양플랜트 사업이 자리하고 있다.



경험이 없는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예상한 것보다 원가가 많이 들어가고, 공정이지연될수록 비용이 커져 대우조선을 비롯한 국내 조선업계는 엄청난 손실을 떠안았다.



해양플랜트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탓에 현대중공업[009540]이 지난해 3조원이넘는 사상 최대의 영업손실을 냈고, 삼성중공업[010140]은 올해 2분기 1조5천억원이상의 적자를 봤다.



이들 국내 조선 빅3(쓰리)가 해외 시장에서 제살깎아 먹기식 저가수주 경쟁을 펼친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플랜트 및 조선 시장을 위축시킨 국제유가하락세는 설상가상의 악재였다.



대우조선은 특히 방만경영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특성이 사태를 한층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전임 경영진은 연임을 위해 재임 기간에 발생한 부실을 제때 회계에 반영하지않은 것으로 드러나 분식회계 의혹까지 샀다.



손실을 재무제표에 늦춰 반영하는 회계처리 방식이 동원됐다.



이 때문에 정성립 현 사장이 올 5월 새로 취임하면서 이전 경영진 시절의 손해를 한 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가 나타났다.



대우조선에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파견해 놓은 산업은행은 곪아 터질 때까지 이런 문제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올 2분기 결산으로 3조원대의 손실이 드러난 후로도 대우조선의 잠복한 부실이수면 위로 계속 떠오르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7월과 9월부터 진행한 실사 결과 올 2분기에 반영하지 않은 해외자회사의 손실 외에 건조원가 상승 등으로 올해 예상되는 영업적자는 총 5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말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무려 4천%를 웃돌게 된다.



내년 상반기에는 부족한 유동성 규모가 최대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지원계획을 입안해 지난 23일 발표하려 했다.



그러나 전날인 22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금융대책회의에서 지원계획이 전면 보류됐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지원이 되지 않으려면 회사의 고강도 자구계획과이에 대한 노조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데 정부·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정용석 구조조정본부장을 파견, 23일 대우조선 노조와 면담해 임금동결과 쟁의행위 자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요구사항을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전달했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경영정상화 때까지의 임금동결과 사실상의 파업 중단 등에동의 불가 입장을 밝히던 노조는 마침내 동의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생존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일단 지원안이 실행될 여건은 마련됐다.



◇ 추가 지원시 대우조선 신용공여 30조원 돌파할 듯 채권단이 마련한 정상화 패키지가 계획대로 가동되면 법정관리로 가는 데 따른충격을 피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의 빚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대우조선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로 변신하지못할 경우 추후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2분기 기준으로 대우조선이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 67개 금융사에서 받은신용공여액(대출+선수금환급보증 등)은 이미 23조2천245억원에 달한다.



최대 신용공여기관인 수출입은행이 12조2천119억원으로 52.6%를 차지하고,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4조1천66억원(17.7%)으로 뒤를 잇는다.



농협은 1조6천407억원(7.1%), 서울보증보험은 1조1천772억원(5.5%)이다.



이밖에 국민은행 8천438억원(3.6%), 하나은행 5천742억원(2.5%), 우리은행 5천584억원(2.4%), 신한은행은 4천278억원(1.8%) 순이다.



이번에 마련된 채권단의 추가 지원 패키지를 통해 약 4조3천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돈이 더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과 채권단은 지원안의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다양한방식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주축이 되는 1조~2조원의 유상증자와 2조~3조원의 신규대출 후 출자전환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출자전환을 하면 대우조선의 자본이 확충돼 급등한 부채비율을 완화할 수 있지만 유동성을 늘리지 못하고, 신규대출을 하면 유동성을 늘릴 수 있으나 부채비율이급등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신규대출을 통해 영업을 위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추후 출자전환하는 방식도 활용될 전망이다.



신규대출은 한꺼번에 정해진 양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개념인 한도성 여신을 줘 필요한 금액만큼 순차적으로 꺼내쓰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수주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선수금환급보증 한도를 늘려주는 방안도 테이블에올라 있다.



이처럼 다양한 유동성 공급 방식을 통해 대우조선에 지원될 신용공여액이 30조원을 훌쩍 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이렇게 막대한 돈을 투입하더라도 거대한 '부실 덩어리'로 변한 대우조선이 수익을 내는 회사로 거듭날지 확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각에선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 조선업이 예전의 호황기를 구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대우조선이 최악의 적자 속에서도 9월 말 기준으로 131척, 85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132척)의 세계 1위 수주 잔량을 보유한 선두 업체인 만큼 회생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로 발생한 막대한 손실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경쟁력 있는 부분에 특화해야 한다"며 "상당한 기술 경쟁력이 있어 유동성 증여를 통해 '턴어라운드' 할 가능성이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불요 자산 매각과 인력감축 등 고강도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핵심자산은 다 팔아야 한다"며 "충분히 기술력이 있으므로 노사가 합심해 노력하면 원상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꾸준히 제기돼 온 분식회계 가능성과관련해 책임자 처벌 등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막대한 지원에 나서야 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실화를 두고도 논란이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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