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활력 제고·구조개혁 뒷받침…재정 지출과 건전성 균형점 고민"전문가 "성장 잠재력 끌어올리지 않으면 재정건전성 악화 지속"
정부가 8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이어갔다.
저성장 고착화와 중국 경기 둔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이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 물 역할을 계속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경상성장률 하향 전망에 따른 세입 증가율 감소로 확장 폭은 이전보다 감소했다.
정부는 청년고용과 성장동력 창출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배정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해 재정건전성에 그림자도 드리웠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총수입 증가율보다 총지출 증가율을 높여경기 활성화와 구조개혁을 동시에 뒷받침할 것"이라며 "경기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재정건전성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민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 이어가…악화되는 재정건전성 정부는 여의치 않은 현실 속에서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 세입 증가율이 예전보다 떨어진데다, 점점 늘어나는 국가부채 비율도 부담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세수 결손을 막고 경제지표 전망을 현실화하기 위해 경상성장률을 4.2%로 잡으면서 총수입 증가율은 2.4%에 그쳤다.
그만큼 쓸 수 있는 재정의 여력이 줄어든 셈이다.
그런데 실질 GDP는 5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이어가는 등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마저도 지난 8월 6년 만에 최대폭으로감소하면서 우환거리가 됐다.
대외적으로도 중국발(發) 세계 금융 불안이 야기되는 등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주춤거리는 상황이다.
이런 대내외의 불투명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이어가는 선택을 했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뤄 세입기반을 확충하는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그렇다고 재원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마냥 늘릴 수 없어서 총지출 증가율을 3.0% 수준까지만 올렸다. 2010년(2.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재정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청년고용과 성장동력 확충 등에 투입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강력한 재정개혁의 추진을 내세웠다.
내년 예산안에서 300여개 사업을 통폐합하고 보조사업 수를 10% 감축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재정사업 효율화를 통해 절감되는 예산은 2조원 수준이다.
정부가 재정 확대 폭을 예년보다 줄였지만, 재정건전성의 악화는 불가피하다.
재정수지 적자폭은 올해 예산에서 GDP 대비 2.1%였는데 내년도에는 2.3%로 악화되는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 비율 역시 38.5%에서 40.1%로 높아진다.
방문규 기재부 2차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 비율이 평균 41%포인트 늘어나며 경기를 지탱하고 있다"면서 "세계 경기변화에 대응하려면 우리나라도 재정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 비율이 상승한 데에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과 국민주택채권 등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2015∼201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함께 발표하면서 재정지출 효율화와 현실적인 세입 전망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 일자리·성장동력 확충에 초점 정부는 내년 예산을 고용창출과 경제체질 개선 등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대기업과의 연계로 기업 맞춤형 직업훈련을 강화해 채용기회를 확대하는등 청년고용 절벽 해소에 주안점을 뒀다.
고용을 안정화시켜 소득을 늘린 뒤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성장동력을 새로 확보하기 위해 벤처 창업 지원과 중소기업 육성에도예산 지원을 늘렸다.
ICT 접목을 통한 제조업 혁신과 사물인터넷(IoT) 등 유망 먹거리 산업 지원에도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 부문의 지원도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면서 문화산업생태계를 육성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에 따른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실업급여 및 수급기간을늘리고, 맞춤형 복지도 확대한다.
국방 예산은 최근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 애초 계획보다 늘려 잡았다. 주로 대북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예산을 늘렸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투자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면서 올해 예산보다 6%를 줄여잡았다.
그러나 이미 여당 내에서 SOC 예산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다 국회심의 과정을 거치면서 SOC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매년 국회 심의 막판 쇄도하는 소위 지역구의 '쪽지 예산'도 변수다.
최 부총리는 "심의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역 조정은 일부 있을 수 있으나 큰 틀에서 규모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개발(R&D) 분야는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R&D가 성장동력 확보의 핵심이지만, 비효율적인 전달체계를 효율화해 거품을 제거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 "성장잠재력 확충이 관건" 내년도 예산의 성패는 경제 활력을 제고하고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재정 투입에 따른 단기 성과만 거두고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키는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굉장히 딜레마를 갖고 설계한 예산안으로 보인다"면서 "중국 등 세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어쩔 수 없이 팽창적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지출을 늘려 성장률을 올릴 시점이 아니라, 성장 활력을 높이는 부분에 지출을 집중하고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높여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장잠재력을 시급히 끌어올리지 않으면 재정건전성은 계속 악화될것으로 내다봤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잠재성장률을 올려야 재정건전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인구구조까지 고려할 때 재정건전성이 매우위험한 단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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