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효과 놓고 관측 엇갈려
정부가 22일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가계 빚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가계부채는 저금리 기조 속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작년 이후 급증세를 보여 총량 기준으로 1천100조원대로 불어났다.
이는 작년 8월 이후 4차례에 걸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 당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가져온 결과물이다.
이번 대책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면서 이미 예고된 미국의 금리인상 같은 대내외적 여건 변화로 시장상황이 나빠지더라도 부실화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대응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대출 증가세를 잡으려면 금리 인상이나 DTI 규제 강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고삐 풀린 가계부채…1천100조원대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작년 하반기 시작된 잇단 기준금리 인하와대출 규제 완화를 계기로 증가속도가 급속하게 빨라져 1천1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추산되고 있다.
6월 말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594조5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8조1천억원이나 늘었다. 이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39조6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8천억원증가했다.
은행 외에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기관의 대출과신용카드 사용액 등 판매신용 등을 더한 가계신용 규모가 지난 3월 말에 1천99조3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1천100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올 2분기 가계신용 동향은 8월25일 발표될 예정이다.
지금은 저금리 시대여서 막대한 부채를 견딜 수 있다 해도 앞으로 금리가 올라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급증한 가계부채의 구조 곳곳에서 위태로운 연결고리가 발견된다.
전세난에 못 이겨 소득에 비해 상환 부담이 큰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계나 원금 상환은 유예하고 이자만 내는 채무자 등이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개발한 가계부실위험지수(HDRI)로 평가한 결과 국내 112만 가구의 부채가 부실해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고 고액자산가나 자가 거주자도 위험에서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 정부 "소득보다 빨리 증가하는 부채 우려"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도 점차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국내외 충격 발생 가능성 등에 대비해 선제·종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증가율은 6.5%, 올해 1분기에는 7.3%를 기록했다.
전반적인 건전성과 최근의 증가세로 볼 때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기존 입장은 유지했지만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에 상당한잠재 위협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정부는 이런 측면에서 주택대출 때 금융회사의 소득 심사를 강화하고 분할상환대출을 늘리는 등 가계대출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상호금융권 등 2금융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금융회사·가계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올린 것도 특징이다.
가계부채 관리 대책은 정부가 앞서 제시한 가계소득 증대 방안, 서민·취약계층지원 강화 방안과 패키지다.
가계소득을 증대함으로써 상환능력을 높이고 서민·취약계층 가계를 안정시키는가운데 가계부채를 선제적으로 관리하자는 취지다.
◇ 전문가 "부채 감속 효과 미지수" 전문가들은 소득 심사를 강화하고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늘리는 대책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최근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다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 부채는 크게 생계형 대출과 부동산 관련대출로 나뉘는데 이번 대책이 이런 근본적인 수요와 관련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가계 부채 총량을 줄이려면 근본적으로는 금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금융기관 스스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고 분할상환 대출은 정착을 어떻게 시키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가계 부채의 구조나 체질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대책대로 원리금 분할상환이 늘어나면 처음부터 무리하게 많은 빚을 내는 경우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다만 "문제는 지금 너무 빠른 부채 증가속도를 제어하는 대책은 아니라는 점"이라면서 "가계 부채 총량을 제어하려면 LTV·DTI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가운데 할 수있는 것은 다한 것 같다"면서 "다만 폭증하는 가계부채의 속도와 양을 줄이려면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DTI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상한선도 40%로 내리는 등 좀 더 강력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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