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9천800여명 대부분이 한인…영사업무까지 지원1만 달러 이하 소액 대출 사업 큰 호응
"원래는 코리안 신협으로 하고 싶었는데 캐나다 시스템 안에 있으니 대놓고 코리안이라고 붙이긴 어려웠죠. 세계 최초로 생긴 독일 신협의 상징이 에델바이스인데 우리는 그럼 '무궁화(rose of sharon)'로 하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샤론 신협은 그렇게 탄생한 겁니다. (석광익 샤론 신협 전무)" 지난 15일(현지시간) 밴쿠버 도심에서 자동차로 15분을 달려 도착한 샤론 신협본점은 한국인 직원과 손님들로 붐벼 한국에 있는 여느 금융기관을 방불하는 모습이었다.
캐나다 밴쿠버 한인들을 핵심 조합원으로 둔 샤론 신협은 동포들에게 좀 더 편안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1988년 교포 25명이 한 사람당 4천 달러씩출자해 설립했다.
27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있던 독일, 폴란드 등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신협은 속속 자취를 감췄지만 샤론 신협만은 살아남았다.
현재 브리티시컬럼비아주 43개 신협 중 각국 사람들끼리 결성한 이른바 '민족신협'은 '샤론'과 인도 사람들이 세운 '칼사' 등 딱 2개뿐이다.
샤론 신협의 조합원 9천800여 명 대부분은 한인이다.
밴쿠버에 사는 한인이 6만여 명으로 추정되는데 6명 중 1명꼴로 샤론 신협을 이용하는 셈이다.
주로 한인을 상대로 하지만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니다.
샤론 신협은 밴쿠버 안에만 5개 지점을 뒀고 자산은 2억8천700만 달러(약 3천290억원)로 캐나다 313개 신협 가운데 90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신협과 마찬가지로 샤론 신협 역시 자신들의 정체성을 영리 추구 대신 조합원 복지에서 찾는다.
특히 샤론 신협은 밴쿠버 내 한인들의 복지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을강조한다.
한국 신협중앙회에서 15년간 일한 적이 있는 유희철 샤론 신협 마케팅부장은 "우리는 금융지원 차원을 넘어 외국에서 생활하는 한인들의 애환을 함께하는 역할도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샤론 신협은 한인들이 밴쿠버에서 여는 각종 행사와 소모임에 재정 후원을 하고 있다.
샤론 신협은 주기적으로 한인 타운에서 가까운 영업점을 영사관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덕분에 한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영사 업무를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전까지 밴쿠버 한인타운에서 영사관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30분을 이동해야 했다.
조합원에게 큰 호응을 받는 샤론 신협의 사업 중 하나가 1만 달러(약 1천100만원) 이하의 소액 대출이다.
캐나다 은행들은 투자 대비 수익성이 좋지 않아 소액 대출 대신 신용카드를 발급해 카드론을 이용하길 권하는데 카드론 이자율이 높아 자칫하다간 고금리 채무의늪에 빠질 수 있다.
샤론 신협의 저금리 신용대출은 조합원에게 고금리 카드론을 갚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서비스업종에 종사하거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 일반 은행에서 대출받기어려운 한인들에게 샤론 신협은 마지막 버팀목이다.
조합원 규모가 한정적이어서 한국에 있는 신협보다 손댈 수 있는 업무 영역은작은 편이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신협이 추구하는 '관계형 금융'은 발달해 있다.
관계형 금융은 금융기관과 고객이 장기적으로 다져놓은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높은 신용 등급이나 담보 없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신협의 기본 가치 중하나로 꼽힌다.
유 부장은 샤론 신협과 오래 거래한 조합원 중에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연체 없이 대출금을 꾸준히 갚아나간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샤론 신협과 거래하면 그 수익금이 한인 사회에 쓰인다는 점을 조합원들은 알고 있다"며 "여러 면에서 우리가 한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porqu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