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1년…양에서 질로 패러다임 대전환

입력 2015-06-08 09:00
금융위원회가 8일 발표한 '기술금융 개선안'은기술신용대출 도입 1년을 맞아 시스템적 완성도를 높이고 대출뿐만 아니라 투자로외연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간의 문제점을 없애 대출의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모색하고, 기술가치평가를 바탕으로 투자펀드를 조성한다는 게 금융위가 내세운 큰 방향이다.



2018년이면 중소법인 대출에서 기술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가량으로 성장하고, 은행의 자체 평가 역량이 확충돼 2020년이면 기술력 심사를 중소기업대출 전반에 적용하는 은행이 등장할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했다.



◇ 10개월 새 26조 규모로 성장…만족도 82% 기술금융은 기술력, 특허권 등에 대한 평가에 기반한 대출·투자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물적담보나 재무능력을 평가해 대출하던 기존 중소기업 대출과는 차이가 있다.



기술신용대출은 기존의 재무능력(신용) 중심 평가에 더해 기술력 평가를 반영해기술력(30~40%)과 신용(60~70%)을 함께 심사하는 구조다.



대출은 은행이 하지만 심사과정에 기술평가결과가 반영된다. 이를 위해 지난해7월 기술신용대출 개시와 함께 은행연합회에는 기술정보데이터베이스(TDB)가 설치됐고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기업데이터 등이 기술신용평가기관(TCB)으로 지정됐다.



민관 합동으로 지난달 중순까지 한 달간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기술신용대출은 작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10개월간 3만9천685건에 25조8천억원이 이뤄졌다.



특히 작년 말까지 초기 반 년간 1만4천413건, 8조9천억원이던 것이 올 들어 4개월간 2만5천272건, 16조9천억원으로 급증세를 나타냈다.



금리는 3.65%로 일반 중기대출(4.10%)보다 0.46%포인트 낮고, 평균대출금액은 6억5천만원으로 일반 중기대출(2억1천만원)의 3배가 넘었다.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대출과 신용대출도 적지 않은 편이었다.



전체 기술신용대출 25조8천억원 가운데 창업 7년 이내의 초기 기업에 공급된 대출의 비중은 24%(6조2천억원), 무담보로 빌려준 순수 신용대출의 비중은 26%((6조8천억원)를 차지했다.



TCB평가를 받은 건수의 43%는 TCB등급이 신용등급보다 상승했다.



지난 4월 기술신용대출을 이용한 기업(400개)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82%가 매우 만족(36%) 또는 만족(46%)한다고 했다. 96%는 재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해대체로 반응이 좋았다.



그러나 양적 확대에 치중한 나머지 문제점도 발견됐다.



'무늬만 기술금융'이 있었다. 초기에 기술과는 무관해 보이는 예식장업, 숙박업, 부동산임대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대형기업에 대출한 사례가 나온 것이다.



기존 거래기업의 기존 대출을 기술신용대출로 단순 전환한 은행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기술신용평가기간이 너무 길다는 불만이 나왔다. 초기인 작년 7월에는 평가에 12.5일 걸렸지만 평가수요가 급증하자 작년 12월부터 30일을 넘어섰고 지난 3월에는 45.7일이나 소요됐다. 설문에서도 43%가 평가기간 단축을 희망했다.



기술신용대출 급증으로 TCB의 평가에 오류가 생기거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지적도 나왔다.



◇ 질적 성장 올인…투자 쪽으로 외연 확대 이번 개선안에는 이런 실태조사 결과가 고려됐다.



따라서 기술금융의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실을 다져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둔 게특징이다.



우선 신용대출과 우수 기술기업, 초기 기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은행에 대한 유인구조를 개선했다. 예컨대 은행에 대한 기술금융혁신(TECH) 평가에서신용대출 평가 비중을 높이고 기보의 보증액은 대출실적에서 제외한다.



아울러 TECH 평가에서 양적 지표를 줄이고 질적 지표를 늘리는 한편 내년부터는은행권의 혁신성 평가와 TECH 평가를 분리하기로 했다.



기존 거래기업의 경우 TCB 평가를 거쳐 순증한 대출액에 대해서만 실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지난 4월말 기준 기술신용대출 연체율은 은행별로 0.02~0.03% 수준이지만 그간양적 확대에 따른 부실 발생 가능성을 막고자 은행이 정기적으로 리스크 모니터링을하도록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돈을 빌리는 기업들의 불편도 줄여나간다. 질적인 지원효과가큰 신용대출과 초기기업 대출에 대해서는 은행이 요청할 경우 15일 내에 평가결과를회신하도록 하는 '우선평가(패스트트랙)' 제도를 시행하는 게 대표적이다.



평가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TCB 내에 평가조직과 구분된 별도의 검수조직을 설치하고 TCB 평가서에 평가자 외에 검수자 이름을 함께 기재하는 실명제를도입한다. TCB별로 상이한 기술신용등급 체계도 일원화하고 리스크가 큰 대규모 여신에 대해선 은행 요청에 따라 '심층평가'를 실시한다.



다음달 '기술신용대출 정착 로드맵'을 만들어 은행의 자체 기술신용평가 역량을확충하고 기술신용평가사 전문자격증도 신설한다.



다른 큰 변화의 하나는 투자 쪽으로 기술금융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엔젤·벤처 캐피털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투자형 TCB 평가모형을 개발하고 기술 평가에 따라 투자하는 펀드를 연내에 조성한다.



투자형 TCB 평가를 활용하는 2천억원 규모의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와 더불어 우수 지식재산권(IP)을 발굴해 투자하고 기업 부실이 발생하면 IP를 매입해 주는 1천억원 규모의 특허관리전문금융사(NPE)형 'IP투자펀드'가 그런 예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할 때, 저축은행과 캐피털이 산업은행의 정책자금을 활용한 온렌딩 대출을 이용할 때, 정부 조달심사 때에도 TCB 평가를반영 또는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신규 기술신용대출로 2018년에는 국내 중소법인 대출의 3분의 1 수준인 약 100조원이 기술금융을 통해 공급될것으로 전망된다"며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로 기업의 성장단계별로 기술금융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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