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불을 혼자 끌 순 없어…야당이 협조해야"

입력 2015-05-23 21:46
도쿄 특파원단 간담회…"수입규제 과도한 부분 없었는지 점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구조개혁 성과가 나타나는 일본 경제는 뛰고 있는데 한국 경제는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일 재무장관회의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한 최 부총리는 이날 도쿄 신주쿠(新宿)의 한 식당에서 한국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불을 혼자서 끌 수는 없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에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주문했다.



다음은 간담회에서 나온 최 부총리의 발언을 문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아베노믹스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바뀐 듯한데.



▲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이 되지 않아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인 안정을 기반으로 최근 구조개혁 성과가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다. 농업, 의료, 경제특구, 관광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도 노동, 금융, 공공, 교육의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데 국회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발목을 잡고 있는데 어떻게 뛰겠나.



-- 아베 신조 총리는 엔저로 기업 실적을 개선하고 임금을 올리도록 하는 정책을 폈는데.



▲ 우리도 기업이 과거 3년 평균 이상으로 임금을 올리면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가 있다. 최저임금은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설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일반 기업들의임금은 인센티브를 줘서 올리도록 해야 한다. 야당은 법인세 올리라고 난리인데 말도 안된다 -- 일본은 재정 건정성 악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일본 기업들의 사내 유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3조 달러가 유보돼 있다고 한다. 이 돈을 흘러나오게 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기업소득환류세제를통해 기업들이 돈을 풀도록 독려하고 있다. 야당은 법인세를 올리라는데 (세계적으로 법인세가 낮아지는 추세에서) 어떻게 우리만 올릴 수 있나. 그래서 법인세를 올리는 대신 기업들이 업계 평균보다 배당이나 임금 인상을 적게 할 경우 그 부분에세금을 매긴다고 한 것이다. 배당 쪽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는 시간이 좀 더걸릴 것이다. 연말에 집계를 해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세금을 피하려고 기업들이 투자할 것이다.



-- 야당과 어떻게 협조를 해나갈 계획인가.



▲ 불을 혼자서 끌 수는 없다. 구조개혁을 안 하고 이대로 가면 어렵다고 야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법이 통과되려면 국회에서 도와줘야 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한다.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그런데도 (야당 쪽에서) '뭐 하고 있느냐'고 비판하는 얘기가 나와 답답하다.



-- 일본은 총리가 법안 통과 등을 밀어붙이는 시스템이다.



▲ 잃어버린 20년간 일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치 구조가 유지됐다. 그러던것을 아베 총리가 이끄는 여당이 장악하면서 뭔가를 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된 것이다. 한국에는 국회 선진화법이 있어서 야당의 재가가 없으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 일본이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에 들어간 데 대한 논의가 있었나.



▲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와 관련해 WTO에 제소한 것은 유감스럽다. 하지만 일본은 WTO 협정에 따라 문제를 제기할 권한을 갖고 있다. 앞으로 양국 간 협의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입 규제에서 과도한 부분은 없었는지 점검해보려 한다.



--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수석교섭관 회의에서 한국의AIIB 지분율이 어느 정도 확정됐나.



▲ 한국에 가장 유리한 지분 구조로 정해졌다. 경상 국내총생산률(GDP)과 구매력평가(PPP)가 6대 4의 비율로 반영됐다. 한국의 AIIB 지분율은 아시아 역내에서 4위, 전체 5위가 된다. 아시아 역내에선 중국, 인도, 러시아 다음으로 한국 지분이많다. 역외 국가까지 합치면 독일 때문에 5위가 된다. 지분율 산정 기준에 한국 입장을 최대한 반영했다. 이를 위해 미국, 중국, 호주 등과 긴밀한 물밑 접촉을 해왔다.



-- 최근 엔화 약세 문제가 심각한데.



▲ 아소 다로 부총리에게 엔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이양적완화인데, 이로 인해 엔저가 심화된 것 아닌가. 주변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 내수는 회복세인데 수출이 문제다. 우선 유가 하락으로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신흥국이 타격을 받은 점이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세계 교역량도 감소했다. 환율 문제도 있다. 원화는 엔화나 유로화에 비해 강세라 수출이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이 부진하니 내수 회복 강도가 세지 않다.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강세의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해외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검토 중이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