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예산 요건 엄격하지만 재정이 역할 해 줘야"기재부 "추경 얘기하기에 이른 상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경기 회복을 위해선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추가경정예산 편성론을 우회적으로 제기해 주목된다.
이 총재의 '재정 역할론'은 세수 부족 때문에 나왔다. 세수 결손이 정부 지출 축소로 이어져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한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낮춘 배경과 관련해 "올해 성장과 물가 추세를 고려할 때 지난해만큼은 아니더라도 세수 부족이 어느 정도 예상돼 이런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4분기 경제성장률 실적치가 0.3%에 그친 것은 세수 부족에 기인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세수 부족이 생기면 그해 성장률뿐만 아니라 다음 해 경제성장률에도 크게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4분기 재정지출이 부족한 데 따른 여파가 올해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추경의 집행 요건이 상당히 엄격하게 돼 있고 재정건전성도 무시할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경기회복과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서는 재정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가 추경 가능성을 꺼내 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추경에 대해 "아직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어온 것과 대조적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총재가 추경 편성론을 제기한 것은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기준금리 인하의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을 정부에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최 부총리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과 반대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추경론에 대한 갑론을박도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은 추경을 이야기하기에 이른 상황"이라며 "경제 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현재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추경을 편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이는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면서 "추경보다는 통화정책으로 좀 더 완화적정책을 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올해 세수 결손은 지난해 10조9천억원보다는 적더라도 4년째 결손이 점쳐지는상황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올해 3조원 정도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산정책처의 올해 예산상 세수 전망치는 218조2천억으로, 정부 전망치 221조1천억원보다 낮았다.
실제 정부의 세수목표 대비 실적 비율인 올 1월 세수진도율은 11.6%로 지난해같은 시점의 11.7%보다 0.1% 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지출에 영향받는 부가가치세와 경기에 민감한 법인세는 올 1월에 작년 동기보다 각각 5천억언, 2천억원이 줄어들었다.
더구나 정부가 경기회복에 '마중물'을 붓기 위해 올 상반기에 재정의 58.6%를조기집행하기로 해 4분기 들어서는 '실탄'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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