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號 한은 1년의 명암…"소통 실패" 지적 많아

입력 2015-03-30 06:0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달 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첫 한은 총재로서 여야와 금융시장으로부터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으며 출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다.



3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현 경제 상황을 보는 시각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소통 부족과 신뢰 상실이라는 측면에서는 전반적으로 평점이 낮다.



국민과 시장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중앙은행의 신뢰를 높이겠다던 그의 취임초 발언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나 여당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예고 없이 금리인하 결정을 내리면서 중앙은행의 독립성마저 의심받기까지 했다.



◇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 박수받은 출발 작년 3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이주열 당시 총재 후보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도덕성 등 신상에 관한 지적이 거의 나오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획재정위는 여야간 특별한 공방이나 소동 없이 오전 2시간, 오후 3시간 청문회를 진행한 뒤 곧바로 전체회의를 속개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의결했다.



청문회 당일 여야 합의로 '적격' 경과보고서가 채택되는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한은 총재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선 것은 이 총재가 처음이었으며 당시 청문회의매끄러운 진행은 이 총재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비교적 좋았기 때문이었다.



한은 총재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2012년 한은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그는 금융시장에서도 후한 평가를 끌어냈다.



국민과 시장의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와 소통을 강조하는 그의 모습은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다""고 비판받은 김중수 전 총재의 '불통'에 불만이 컸던 당시시장 전문가들의 기대를 받기에 충분했다.



이 총재는 당시 청문회 답변서에서 통화정책 성패의 관건으로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꼽으면서 "신뢰를 얻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약속한 대로 행동하는 언행일치전통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월 1일 취임식에서도 "통화정책의 핵심은 경제주체의 기대를 관리하는 데있다.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을 통해 정책 효과를 높여 나가겠다"면서신뢰 구축을 거듭 강조했다.



◇ 연이은 금리 '깜짝 인하'에 소통 부족 논란 이 총재에 대한 기대와 호평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5월까지도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2∼3개월 전에 시그널(신호)을 줘야한다"던 이 총재가 자신이 몰던 '통화정책' 차량을 '금리 동결' 차선에서 갑자기 '금리 인하' 차선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7월에 그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내리면서 "향후성장경로에 하방리스크가 다소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하고서 8월에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내렸다. 아주 미약한 신호를 잠시 켜고서 차선을 바꾼 셈이었다.



경제 정책의 사령탑이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정권 실세 중 한 명으로 통하는 최경환 현 부총리로 넘어가던 시기여서 시장의 의혹은 더컸다.



과거 금통위원을 지낸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부총리가 바뀌고서 정부가가계부채를 늘리려 하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면서 중앙은행은 부채 증가 억제 등 정부의 성장논리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 총재는 올해 3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렸으며 역시 올해 인하때에도 '깜짝 인하 결정' 때문에 소통 부족이 지적됐다.



이와 관련, 그는 한 달 전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때 "강력한 시그널이 아니라고생각할 수 있지만 (경제가 성장) 전망 경로를 이탈하면 통화정책적 대응을 하겠다는것을 말씀드렸다"고 해명했지만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 가계부채는 급증…경기 회복은 미약 무엇보다 이 총재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근저에는 장기 저성장, 저물가로 상징되는 부진한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3차례 인하로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연 2.0%)보다 낮은 1.75%로 떨어졌지만 디플레이션 논란이 지속될 만큼 경기는 위태위태하다.



실제로 금리 인하에도 각종 심리 지표는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됐다. 우선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3월 101로 이 총재가 취임하기 직전인 작년 3월의 108보다 낮다.



제조업체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이 기간 81에서 77로 하락한 상태다.



물가가 일정 수준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경제주체들이 갖도록 하는 게 중앙은행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이 기간 2.8%에서 2.5%로 떨어졌다.



실물 지표도 마찬가지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분기 성장률은 작년 1분기 1.1%였으나 2분기 0.5%, 3분기0.8%, 4분기 0.3% 등 이 총재 취임 후 0%대를 잇고 있다.



다만, 이 총재의 취임 이후 금리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돈은 많이 풀렸다.



올해 1월 시중 통화량(M2 평잔 기준)은 1년 전보다 8.0% 늘어 그의 취임 직전인작년 3월의 5.5%보다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도 작년 3월 1천24조원에서 12월 1천88조원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소비 등 성장세는 오히려 갈수록 약화되는 모양새다.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한 한은의 전망치도 작년 4월에는 4.2%에 달했지만 4.0%(7월)→3.9%(10월)→3.4%(올해 1월) 등 갈수록 낮아졌으며 내달 수정 전망에서도 추가 하향 조정이 예고된 상태다.



이와 관련,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가장 먼저 경제 전망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그게 정책 신뢰와 연결된다"고 꼬집어 말했다.



◇ 이주열 총재 최종 평가는 남은 3년이 좌우 물론 이처럼 부진한 경기 지표가 모두 이 총재의 책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에 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 환경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실물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면 2∼3분기 시차가 있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은도 소통 부족, 부정확한 예측 등 지적에 대응해 꾸준하게 개선을 모색하고있다.



지난 3월에는 금융시장 참가자와 학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자문회의'를 신설하고 물가분석부 설치 등 조사 연구 조직과 인력도 확충했다.



김중수 전 총재는 퇴임 직전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처는 모든 경제 주체가 종합적으로 할 사안이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게 그 역할에 맞다","한은은 국민의 중앙은행이지 종사자들의 중앙은행은 아니다" 등 4년간의 임기를 통해 다진 김중수식 중앙은행 론이었다.



하지만 김 전 총재는 자신에 대한 세간의 비판에 "먼 훗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끼고서 재임 4년간에 대해 "빛과 그림자 중 빛이 더 컸을 것으로 확신한다"고만 자평했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는 이제 3년이 남았다.



1년 전 취임 때처럼 퇴임 때에도 박수받고 떠날 수 있는 성과를 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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