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590→1천명, 국민 355→800명, 기업 220→400명CEO들 "어려운 경제 살아나도록 은행의 사회적 책임 다할 것"
바늘구멍처럼 좁기만 하던 금융권 채용시장에 봄볕이 들었다.
각 은행들이 앞다퉈 올해 신규 채용을 대폭 늘리겠다고 나섰다. 어려운 경제를살리기 위해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대졸 350명,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70명,장애·보훈 특별채용 80명, 경력단절여성 280명, 시간선택제 전담 관리직 220명 등총 1천여명의 채용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590명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난 채용 규모다. 지난해에는 대졸 272명, 특성화고 38명, 장애·보훈 60명, 경력단절여성 220명을 뽑았다.
올해 신설되는 시간선택제 전담 관리직은 부지점장 이상 퇴직자를 대상으로 하며, 하루 2시간 동안 1개 영업점의 감사 및 사고 예방 등의 업무를 맡는다. 퇴직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물려받고, 이들이 퇴직 후 제2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대졸 상반기 채용과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채용은 다음달 중순, 장애·보훈 특별채용은 5월 중순에 채용공고를 낸다. 경력단절여성은 상반기 130명에 이어 하반기에도 150명의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채용은 은행 조직에도 중요할 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책임이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다양한 계층에 도움이 되는 '따뜻한 채용'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355명이었던 채용 규모를 올해는 2배가 훨씬 넘는 수준으로늘려 총 800여명을 채용한다.
지난해 290명이었던 대졸 신입사원은 올해 400여명으로 대폭 늘리며, 고졸·보훈 채용은 65명에서 100명으로 확대한다. 경력단절여성 채용도 신설해 시간선택제정규직으로 일할 여성 300명을 채용한다.
대졸 신입사원은 상반기에 100여명, 하반기에 300여명을 각각 채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여름철과 겨울철에 각각 150명씩 300명의 청년인턴을 채용해 장래취업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특히, 학력이나 자격증 등 획일화한 스펙 중심이 아닌 '현장 맞춤형' 인재 채용을 실시하고 특성화고 채용 비중을 확대한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채용 전략이다.
지역별로 균형 있게 인력을 채용하고 각 지점에 배치해 지역 밀착형 영업을 강화한다는 윤종규 국민은행장의 인사 철학을 반영해 '지방 방문 면접'을 진행하는 점도 두드러진다.
윤 행장은 "청년실업 해소와 경력단절여성의 일자리 마련이라는 범사회적 노력에 동참하고자 대대적인 채용 확대를 결정했다"며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는 3~4년 후에는 매년 700~800명의 퇴직자가 생긴다는 점을 감안해 향후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500명까지 늘린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기업은행[024110]도 올해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지난해 220명의 2배 가까운 수준인 400명으로 대폭 확대한다.
상반기 신입사원 200명은 다음 달 2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한다. 입사지원서에 어학점수와 자격증 기재란을 없앤 '탈(脫)스펙' 채용을 진행하며, 올해부터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직무능력 평가도 새로 도입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가 일자리 창출인데, 기업은행이 이를 위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청년들이 워낙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을 감안해 대폭적인 채용 확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전체 총 500명가량이었던 채용 인원을 올해 상당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50명을 뽑는 개인금융서비스직군(텔러직) 채용을 마무리하는대로 5월에는 특성화고 졸업생 100여명을 뽑는 채용 절차에 들어가며, 7∼8월에는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한 공채를 진행한다.
지난해 250명을 채용했던 대졸 일반직 공채는 오는 10월부터 전형을 시작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총 500명 가량의 신규 채용을 했는데 올해는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상당폭 늘릴 계획"이라며 "스펙보다는 인성을 중시하고 전공 분야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지연되면서 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하나금융그룹은 두 은행의 조기 통합이 성사될 경우 적극적인 채용 확대에 나선다는방침이다.
2010년 428명을 뽑았던 하나은행은 지난해 118명으로 대졸 채용규모가 대폭 줄었으며, 외환은행은 신입사원을 아예 뽑지 못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이 이뤄지면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어 채용여력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며 "이 경우 장기적으로 채용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으로서도 인력 고령화로 인한 인건비 증가 등 어려움이있지만 일자리 창출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난제라는 점을 감안해 은행 CEO들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으로서도 젊은 사원들이 들어옴으로써 조직의 활기와 진취성이 살아나고,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에 대비해 조직원들의 연령대별 균형도확보된다는 점에서 채용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