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한국에 당장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11일 전망했다.
하지만 강달러로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한국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최근 달러 강세의 배경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시행과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 등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가능성은 있지만 ECB의 양적완화 시행,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고려하면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 약세를 통한 무역적자 감소로 경제를 성장시켰고 미국 실업률이 5.5%로 떨어졌지만 아직 일자리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연준이 올해 말께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강달러가 본격화되면 신흥시장으로 갔던 돈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는 '역 달러캐리트레이드'가 발생해 기초 체력이 취약한 신흥국 중심으로 외화 유동성 위기가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펀더멘털이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달러 강세에 따른 1차적 영향은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달러 강세가 지속돼 인도, 태국, 필리핀 등이 충격을 받으면 2차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이 달러 강세에 따른 2차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기준금리를 내리고 거시경제의 건전성을 더 높여야 한다. 2월말 현재 3천623억7천만달러인 외환보유액을 5천억달러 수준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위기가 발생하면 차환, 만기연장 등이 어려울 수 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주식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 장기 외채 중 만기 도래분,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여력, 해외 진출 기업의 비거주자차입에 대한 상환 등을 고려하면 외환보유액을 더늘려야 한다.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미국 경기가 일부 살아나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커져 강달러를 만들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강달러로 계속 갈 가능성이 크다. 엔화는 아베노믹스 강화로 저평가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다.
원화의 경우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강세 움직임을 보여왔다.
다만 최근 원화가 약화된 것은 1월 들어 실물경기가 급락하면서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시장에서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나 추가적 유동성 공급 등 완화적 통화 정책을 수행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계속된다면원화 강세가 진정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강세 흐름을 보일 수도 있다.
강달러와 엔저 국면이 계속된다면 한국은 거시경제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실물 시장에 있어서는 엔화와 경합하는 부분이 많은 만큼 수출 경쟁력을 비롯한 전반적 부진이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원화 약세가 빨라진다면 강달러에 따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있어 금융시장 불안도 야기될 수 있다.
◇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강 달러 현상은 유럽과 일본의 경제회복 속도가 미흡한 반면, 미국은 고용 등의측면에서 회복속도가 견조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예상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강 달러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30원대까지 올라갔는데, 엔화·유로화 환율은 절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 달러는 수출 호조가 될 수 있지만, 엔화와 유로화 환율절상은 이를 상쇄시킬 만한 악재다.
특히 일본과는 수출 주력 제품이 겹치기 때문에 엔저 현상에 따른 타격이 크다.
국내 내수시장도 불안한데 수출까지 악영향을 받으면 장기적으로 성장률이 훼손될 수 있다.
환율 대책으로는 가격보다 상품이나 비가격적인 요소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만 환율이 절상되는 것을 방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강 달러 영향으로 인한 자본유출은 큰 문제가 안될 것이다. 신흥국의 경우 경제펀더멘털이 좋지 않은 국가는 자금이 한꺼번에 유출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과 펀더멘털, 외환보유액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꺼번에 외국 자본이 유출되지는 않을 것이다.
◇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 최근 달러 가치가 굉장히 많이 올랐다. 올해만 해도 9% 이상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3월 들어 갑자기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강달러가 가장 큰 원인이고,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엔·달러 환율의 상승세에 동조한 측면도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엔·달러 환율이 상승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좋게 나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커지고 있다. 또 일본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 수정치가 기존 집계보다 하향 조정되면서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은 엔·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속도가 가파르기는 하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12월에 기록한 달러당 1,121원을 돌파했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위기를 우려해야하는 상황은 아니다.
환율이 오르는 것이 수출기업들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다. 어제 공개된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엔저에 대한 우려가 들어 있는데, 그런 우려를 희석시킨다는 점에서도 긍정적 측면이 있다.
강 달러가 되면 신흥국에는 중장기적으로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시아국가들의 대외부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달러가 강세로 가면 부채가 더늘어나 신흥국 금융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신흥국이 전체적으로 안 좋아지면 우리나라도동조할 수 있다. 외국인 채권자금이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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