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금융의 힘, 올해도 금융권 뒤흔든다>

입력 2015-03-08 06:07
금융硏·KB 인사에 개입 등 '막강 파워' 발휘"정치권 개입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지난해 '서금회'와 '정피아' 논란 등으로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정치금융의 막강 파워가 올해도 발휘되고 있다.



정치금융은 금융연구원장 선임은 물론 민간 금융사인 KB금융그룹의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등 전혀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 KB 사외이사들 화려한 부활…"정치금융 파워 입증"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 현 정권 들어 금융연구원 출신들의 부상이 두드러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던 차기 금융연구원장에 신성환 홍익대 교수가 최근 내정됐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역시 정치금융이 최고"라는 자괴감이 섞인 듯한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신 내정자는 물론 그와 경합했던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모두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여권의 조직이었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힘찬경제추진단 추진위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산업은행장으로 임명된 홍기택 전 중앙대 교수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힘찬경제추진단에 몸담았었다.



더구나 신 내정자는 지난해 KB 내분 사태의 당사자인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KB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이달 말 정기주총 후 사퇴할 예정이었는데, 사퇴 전에 금융연구원장으로 '영전'한 것이다.



다른 국민은행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이달 말 사퇴할 예정이었던 강희복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도 일찌감치 다음 자리를 챙겼다.



강 전 사장은 지난 6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다"고 밝혔는데, 다른 기업 사외이사로 이미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외이사만 7번째인 그는 '직업이 사외이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도 지난 대선 당시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경제민주화추진단 추진위원으로활동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권에서 한 자리 챙기기 위해서는 유력 대선주자의 대선캠프에서 미리 활동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 KB금융 인사에 노골적 개입…"관치금융보다 더한 정치금융" 정치금융의 '막강 파워'는 대선 캠프 인사들의 자리 챙기기를 넘어 민간 금융사의 인사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KB금융지주가 부활을 검토했던 사장직은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 전직 국회의원이나 대선 캠프 출신을 앉히려는 노골적인 정치권의 공세로 인해 내부 진통을 겪다가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국민은행의 수백조원 자산을 감독해야 할 상근감사 자리도 정치권이 노리면서석달째 공석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더구나 당초 KB금융그룹 현직 임원이 내정돼 있던 KB캐피탈 사장은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에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으로 바뀌었다.



박 전 부행장의 내정은 관료나 금융당국에 의한 '관치(官治)금융'이 정치권에의한 '정치(政治)금융'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박 전 부행장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지난해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빚을 때, 사외이사들 편에 서서 이 전행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KB 사태의 핵심 당사자다.



이에 지난해 말 인사에서 금융당국은 박 전 부행장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해 KB측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KB를 떠난 지 석달도 안 돼 계열사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심하게 체면을 구긴 셈이다.



여기에는 서금회(서강금융인회) 회장을 6년 동안이나 맡은 그의 이력이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7년에 구성된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17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금융권 서강대 동문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박 전부행장은 창립 때부터 6년 동안 서금회 회장을 맡았다.



홍기택 산업은행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으로 이어진 서강대 출신의 '막강 파워'가 다시한번발휘된 셈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과거에도 관치금융이 있었지만 적어도 정부가 철학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지금은 금융사 수장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금융이 늘어난 데는 낙하산 인사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는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에 대해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상근감사에 대한 자격 기준은 없는 상태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정치권 출신의 이른바 '정피아 감사'가 대거 금융권에 내려오고 있지만 이를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내분 사태를 딛고 새로 출발하려는 KB금융에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하는 후진적인 행태가 없도록 금융당국은 제도적 장치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