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차기 회장 선임때 현직회장에 우선권 주기로

입력 2015-02-24 06:07
현직회장에 연임여부 의사를 먼저 묻기로…배타적 승계 논란



KB금융지주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때 현직 회장과 경영진에 우선권을 주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다.



신한, 하나금융 등 내부 출신이 차기 CEO의 최우선 순위가 되는 다른 금융그룹을 벤치마킹한 결과로 여겨진다. '관피아' 등 외부의 입김을 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배타적 승계 구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극심한 내분과 지배구조 문제로 홍역을 겪은 KB금융[105560]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과 안정적인 CEO 승계를 목표로 지난 석 달 동안지배구조 개선안 마련 작업을 벌인 끝에 최근 개선안을 확정했다.



외부 컨설팅업체의 연구용역과 내부 논의를 거쳐 확정된 이 개선안은 LIG손해보험[002550] 인수 승인의 요건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금융당국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개선안에서는 현직 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수개월 전 연임 여부를 본인에게 직접묻는다는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만약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회장 재직 시절 그룹의 경영 실적과 내부평가 등을 총체적으로 검토해 연임이 가능할 지 여부를 검토한다.



검토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현직 회장을 최우선 후보로 선정하지만, 그렇지못할 경우 후보군에서 가능한 배제할 방침이다.



KB금융지주의 한 사외이사는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영 실적"이라며 "경영 실적이 뛰어난 현직 회장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선진국의 글로벌 금융그룹 대부분에서 시행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조항은 신한금융그룹이 앞서 도입했다가 거센 반발을 불러 철폐했던제도라서 논란을 예고한다.



신한금융은 2011년 한동우 회장의 취임 후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연임 여부를 먼저 논의한다'는 내용의 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했지만, 2013년 한 회장의 연임 당시 경쟁 후보가 이의를 제기해 이 조항을 없앴다.



KB금융그룹의 현직 경영진도 CEO 승계 과정에서 프리미엄을 누리게 된다.



국민은행장, KB국민카드 사장, KB손해보험 사장, KB금융지주 부사장, 국민은행주요 그룹장 등으로 이뤄지는 경영관리위원회 멤버들을 1차 후보군에 포함시켜 이들을 차기 회장의 우선적인 후보로 검토할 방침이다.



다만, 다른 금융사 CEO나 학계, 관료 출신 등 외부 인사라고 하더라도 해당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린 사람이라면 1차 후보군에 들어갈 수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관료 출신으로 농협금융지주 CEO로 영입돼 뛰어난 경영 실적을 올린 임종룡 회장이 대표적인 케이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경영 실적이좋지 않을 때는 외부 출신 영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외부의 입김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승계 프로그램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이너 서클'처럼 배타적인 승계 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