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통장' 없어졌지만 '예금통장'으로 위기 대응 충분"통화스와프 유지가 바람직…경제와 정치문제 분리해야" 반론도
김승욱 박초롱 기자 = 한·일 통화스와프가 14년 만에전면 중단됐지만 현재 규모가 100억달러(약 11조원)에 불과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언제든지 인출 가능한 예금통장(외환보유액)에 3천600억달러(약 397조원)가 있는데, 마이너스 통장 하나가 없어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두둑한데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어 정부 또한 한·일 통화스와프가 없더라도 위기 방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700억달러까지 늘었던 융통 규모…14년만에 완전 폐지 통화스와프는 양국 중앙은행이 필요할 때 약속한 통화를 융통해주는 시스템으로,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 성격이 강하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통화 스와프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1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인출해간 것이 외환위기를 촉발한 결정타가됐기에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의 긴 협상 끝에 2001년 7월 처음 통화 스와프계약을 체결했다.
20억 달러 규모로 시작한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 10월에는 700억달러까지 확대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얼마 전 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일본이 2008년금융위기 당시 통화 스와프 규모 확대에 냉담했다는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뒤 일본으로 달려갔지만 일본은 냉담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일본 정부가 알게 됐고 일본도 입장을 바꿔 한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회고했다.
한국과 일본의 협조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12년 8월 15일 이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이었다. 그 해 10월 한·일 정부는 통화 스와프 규모를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30억달러로 되돌렸다.
이후 양국은 2013년 7월에는 통화 스와프 규모를 100억달러로 추가 축소한 데이어 이번에 완전히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 탄탄한 외환보유액과 경상흑자…"금융시장 영향 제한적" 통화 스와프처럼 위기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데에는 전문가 대부분이 동의한다.
그러나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천623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일본과의 스와프 계약해지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204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18배 불었으며, 경상수지도 1997년엔 103억달러 적자였지만 지난해 흑자 규모는 900억달러에 달했다.
대외 충격에 대한 방어막으로는 첫 번째가 외환보유액, 두 번째가 아시아 역내금융안정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가 꼽힌다.
통화 스와프도 위기 대응에 중요한 수단이지만 현재 외화 유동성이 나쁘지 않기때문에 긴박하게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통화 스와프는 한·중 통화 스와프와 달리 실제 사용된 사례가 없어서 금융시장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도 지난달 6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추가적인 통화 스와프추진 여부와 관련해 "시장에서 안정감이 있으려면 미국과 같은 나라와 해야 한다"면서 "현재 경제 상황에서는 바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부적절한 수준으로 빠르게 올린다면 국제금융시장이불안해질 가능성이 있어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일본에는 오히려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한·일 통화 스와프가 한국에 훨씬 유리한 계약이라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가 원화보다 영향력이있기 때문에 한·일 통화스와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도 "가능하면 경제적 문제를 정치적 문제와 분리해 위기에 대응한 방어막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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