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낙하산 인사' 비판받았던 인물 재영입"금융당국이 사외이사를 통해 KB 통제하려 한다"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이 '관피아' 논란을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사외이사 전원을 사퇴시키고 새 사외이사들을 선임했는데, 7년 전 '낙하산 인사'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던 금융당국 출신이 재영입됐기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는 두달 가까운 논의를 거쳐 지난 13일 주주와 외부업체 등에서 추천받은 85명의 사외이사 예비후보 중최종 사외이사 후보 7명을 선정했다.
지난해 말 LIG손해보험[002550] 인수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KB 내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은 전원 물러나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9명의 사외이사들이 전부 퇴진함에 따라 이번에 새 사외이사들을 뽑게 됐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요구로 물러난 사외이사들의 후임으로 금융당국 출신이 오게됐다는 점이다.
7인의 사외이사 후보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김중회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금융감독원 검사국장, 인력개발실장, 총무국장 등 요직을 거쳐 2003년부터 2007년까지은행과 비은행 담당 부원장을 지냈다.
당시 그는 금감원 최초로 부원장을 연임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2007년 초 김흥주 상주산업(옛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의 상호신용금고인수를 도와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전격적으로 구속됐다. 그는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일로 그는 옷을 벗어야 했다.
문제는 그가 금감원에서 나온 지 1년밖에 안 된 2008년 7월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선임됐다는 점이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이 퇴직 후 2년간은 재직 중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있는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공직자윤리법에도 불구하고 그는 KB금융 사장으로선임됐다. 퇴직 전 은행 담당 부원장을 지냈으므로 당연히 취업 금지 대상이었다.
비결은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이었다.
공직자윤리법은 전년도 자본금 50억원, 매출액 150억원 이상인 기업에 취업하는것을 금지하는데, 당시 KB금융지주는 2008년 8월에 만들어진 신설법인이어서 전년도실적이 없었다.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낙하산 인사였다.
결국 금융당국 고위임원이었던 인물이 1년만에 자산이 수백조원인 거대 금융그룹의 사장으로 '직행'했음에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고, 법제처는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이를 안전행정부에 보냈다.
김 전 부원장은 KB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최고 경영진과 마찰을 빚었다.
2009년 말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을 KB금융 회장으로내정하자 금융당국은 극심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에 강 전 행장은 김 전 부원장을 KB금융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등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김 전 부원장의 해임 직후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KB금융에대한 고강도 검사를 벌여 중징계를 내리자 강 전 행장은 결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한 은행권 인사는 "KB금융 역사는 관치의 폐해로 얼룩졌다고 할 수 있는데 김전 부행장은 그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던 사람"이라며 "그러한 사람을 굳이 다시 사외이사로 영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사외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무수한 압력이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당국의 '코드'에 맞는 사람들을 기어이 심으려고 하는데어느 정도는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새 사외이사들을 통해 KB금융을 통제하려는 느낌을 강하게받았다"며 "당국이 원하는 인물이 KB 회장이 못 된 이상 사외이사라도 당국의 코드에 맞추려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이번 사외이사 선임은 관치 욕심을 끝내 버리지못하는 금융당국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당국이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한 한국 금융의 선진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내놓았지만,이런 식으로 금융회사의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개입한다면 스스로 금융회사의 모범규준을 망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사외이사의 자격과 이사회의 권한·책임을 강화하고, 금감원이 금융사 경영실태평가 때 사외이사의 적격성을 평가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김중회 전 부원장을 낙하산 인사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료나 금융당국 출신이라도 능력과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면영입해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외이사 자격에 있어서도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