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암초' 만난 하나·외환銀 합병 더 늦춰질 듯>(종합2보)

입력 2015-02-04 19:44
<<▲하나금융지주 관계자 코멘트, 조직운용 타격에 대한 내용 추가.>>하나금융, 예비인가 신청 철회하고 법원에 이의신청키로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이 뜻밖의 암초를만났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지난달 19일 조기 합병 절차를 중지해달라면서 낸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이 일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법원은 오는 6월말까지 하나금융지주[086790]와 외환은행의 조기 합병을 위한주주총회 개최와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명령을 4일 내렸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경영진은 노조 설득, 이의신청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그러나 조기합병은 애초 경영진이 계획한 일정보다는 늦춰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합병 예비인가 승인신청을 오는 5일이나 6일께 철회할 계획이다.



◇ 법원 판단의 주된 근거는 2·17 합의서 법원의 판단 배경에는 2012년 2월 17일 노·사·정이 서명한 ƈ·17 합의서'가있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5년간 하나은행과 합병하지않고 독립법인으로 존속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다.



그러나 지난해 7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노조와의 대화를 전제로 이 합의를파기하고 조기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은행 수익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만큼 유망한 해외 시장을선점하는 방안이 앞으로 조직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논리에서다.



외환은행은 지난 1월 말 현지법인·해외지점·출장소·사무소 등 22개국에 85개의 해외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은행 가운데 최상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김 회장은 하나은행과 조기합병만 되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2·17 합의서에 구속력이 있으며 최근 상황이 현저한 사정변경을이유로 합의서의 구속력이 부인되는 경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은행 산업이 어렵다고는 하나 지금 당장 은행을 합병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 초래된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앞으로 급격한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가처분 인용의 효력 시점은 오는 6월말로 제한했다.



만일 6월까지도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분쟁이 지속한다면 노조 측에서종전 합의서를 근거로 다시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이 경우 다시 '현저한사정변경의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오는 6월이후에도 현저한 상황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양 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4%이상으로 우량한 편이다.



이번 가처분 결정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외환은행 노조는 "법과 원칙에 입각한 사법부의 용기있는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측은 "뜻밖의 결과"라면서 당혹스러워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노사 합의는 존중돼야 하나 기업의 자율적인경영 판단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영진이 노조의요구대로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은 합의를 위한 여건이 아니다"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 합병기일 재연기 불가피…조직 운용에도 타격 하나금융은 "금융산업은 위기에 대한 선제대응이 늦어지면 생존을 위협당하는상황이 발생한다"면서 "이번 가처분 결정은 이런 측면을 간과한 것으로, 이의신청등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일단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조만간 법원에 이의신청서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원의 가처분 일부 인용으로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합병 열쇠는 일단 노조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 간 대화가 중단된 상태라는 점이다.



노사 양측의 대화가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지난달 19일 하나금융은 금융위원회에 합병 예비인가를 신청했고 노사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26일 대화 중단과 전면 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금융위와청와대 앞에서 연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금융위는 애초 지난달 28일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예비인가를 승인할 방침이었으나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통합 예비인가 승인 여부를 2월 중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본인가 신청과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가 열리지 못한다면 예비인가 승인도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법원의 결정이 하나·외환은행 합병 인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예비인가를 승인해주더라도 주주총회가 열리지 못한다면 본인가 신청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주총 승인과 당국의 인가 등 합병 절차는 노사 합의가 이뤄져야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하나·외환은행 조기합병 성패의 핵심 변수는 노사간 대화의 진척에 달렸다.



외환은행 사측은 대화가 중단되고서 두 차례 노조에 대화를 제의했으나 거절당한 상태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경영진이 어떤 조건을 들고 나오느냐에 따라 대화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대화 재개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어쨌든, 하나·외환은행의 예정 합병기일은 또다시 연기가 불가피하게 됐다.



예정 합병기일은 애초 2월 1일에서 3월 1일로, 또 4월 1일로 이미 두 차례 미뤄졌다.



조기합병이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직운영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하나은행은 김병호 부행장이 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임직원 인사는 통합을 고려해 승진을 최소화하는 등 조직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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