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지난달 15일 한국은행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선 정부의 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이 부채를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은이 3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정부의 가계부채 구조개선 대책이 가계의 대출상환 불능 위험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자칫 가계부채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자만 갚으면서 빚은 그대로 두다가 한꺼번에 갚는 현행 단기·변동금리 대출 구조를 장기·고정금리의 분할상환 방식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지난 29일 발표했다.
가계가 원금 상환을 미루다 만기 때 한꺼번에 갚으면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위험을 미리 분산하자는 취지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이런 정책이 가계부채의 상환 구조만 바꾸는 것이지 총량이나 증가 속도를 줄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위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구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장기·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더라도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은행들은 주택담보 대출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그 집 한 채를 넘어 다른 재산과 월급까지 압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데, 이를 '소구권'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 등에서는 소구권을 허가하지 않아 은행이 담보로 잡은 집 한 채만처분할 수 있다. 은행도 대출에 책임을 지라는 취지다.
소구권이 인정되는 한 금융기관이 계속해서 가계대출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금통위원은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이 보유한 단기·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장기·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한 것을 인수해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높아지면 가계부채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주택금융공사에서 임대 사업자들의 채권을 유동화해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계부채 관련)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지적에 한은도 "은행들이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맞추려고 기존 고객의 대출 조건을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바꾸기보다는 고정금리의 신규 대출을 해줄 수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되면 가계부채 총량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한은 관련 부서는 "가계대출 총량이 늘어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응이필요하다는 점을 정부에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