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윤달 결혼시장 위축·中수출 둔화, 성장률 낮췄다"

입력 2015-01-23 10:42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크게 꺾인 데는 윤달(지난해 10월 24일∼11월 21일)에 따른 결혼시장 위축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영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23일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한 이후 "보통 4분기에 전체 결혼식의 40%가 집중되는데, 작년에는 윤달이 끼면서 결혼식1만5천건 정도가 미리 열리거나 이연됐다"고 설명했다.



윤달을 피해 작년 3분기에 1만건가량의 결혼식이 미리 열리고 5천건은 올해 1분기 중 열릴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대(對) 중국 수출 부진도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정 국장은 "작년 3분기(전기대비 -2.8%)에 이어 4분기(-0.6%)에도 재화수출이감소했다"며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중국 수출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등 소수업종을 제외한 한국의 주력업종 수출이 위협받는 상황은 앞으로 유의해서 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 국장과의 일문일답.



-- 한은은 통관기준 수출이 양호하다는 시각을 유지하다가, 최근 들어 수출에대해 비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뭔가.



▲ 수출 부진의 주요인은 작년 하반기 들어 나타난 가공무역·중계무역 등 무(無)통관수출의 감소다. 중국 수출을 보면, 대표적인 가공무역 품목인 디스플레이패널 수출이 작년 10, 11, 12월 연속 두자릿수대로 감소했다. 중국이 철강·화학 생산시설을 확충하면서 화공품 수출도 두자릿수대로 줄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패널등 그동안 잘 나가던 우리 제품 수출이 고전을 겪고 있는 것이다.



-- 통관기준 수출도 2.4% 증가한 것이면 그다지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어떻게 보나.



▲ 해외 직접투자를 통한 현지법인 생산이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은 생산비용을 줄이고, 규제를 피하면서 현지시장에 진출하고자 해외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정부의 가공무역 규제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현지법인화를 하면, 이들기업의 이익은 수출 통계에서 빠지게 된다. GDP에 포함되는 상품수지에 포함되지 않고 일반배당과 재투자수익을 통해 국민총소득(GNI)의 본원소득수지로 잡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 영토 내에서 이뤄진 생산만 잡히는 GDP의 유용성이 점점 약해지고,앞으로는 소득 중심으로 경제지표를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의 경제규모를 보는 주요 지표가 GDP에서 GNI로 바뀌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보인다.



--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4분기 성장률 감소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에 따른 소비 부진,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지출 감소 등 이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수출 감소는 기조적으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아닌가.



▲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불규칙한 요인이 가세해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이다.



수출 둔화와 이에 따른 제조업의 마이너스 성장이 2개 분기 연속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유의해서 봐야 할 현상이다.



-- 건설투자가 작년 4분기에 9%대로 급감한 요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 세수가 부족하면 지방정부에 대한 교부금 등이 덜 나가게 된다. 중앙정부든지방정부든 물건 구입비용 등은 줄이기 어려워서 토목 중심의 건설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건설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 한은이 작년 4분기 성장률을 1%대로 전망했으나 0.4%로 나왔다. 수출 감소에따른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



▲ 지난해 4분기 순수출(수출-수입)의 성장 기여도는 -0.1%였다. 4분기 성장률을 떨어뜨린 윤달 등의 불규칙한 요인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 윤달로 인한 결혼 감소로 성장률이 얼마나 낮아졌나.



▲ 구체적으로 몇 퍼센트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윤달 효과가 단통법 효과보다컸다. 단통법 시행에 따른 소비 둔화는 작년 10월에 영향을 미쳤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효과가 희석됐다.



-- 설비투자 감소세가 개선된 요인이 무엇인가.



▲ 최근 워낙 설비투자 수준이 낮았다.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반등한 것이다.



반도체 쪽에서 투자가 일어났으나 설비투자가 전반적으로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



-- 최근 세수 결손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불규칙한 요소라기보다는 기조적요소로 봐야 하지 않나.



▲ 지난 2012년부터 세수 부족이 발생했다. 2012년 2조8천억원, 2013년 8조5천억원의 세수가 부족했다. 올해는 11조2천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세수 부족으로 경제를 예측하거나 전망하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결국, 경제가 좋지 않아서 세금이 걷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수단이 있기 때문에 세수부족을 기조적 현상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