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역량 키워 기술금융 선도"…"中企지원 소임 아는 게 바로 경쟁력"
"기술금융을 제대로 하려면 은행에서도자체적으로 기술평가를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래야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기술금융 1등 은행'에 그치는 것이 아닌 '진짜 기술금융'을 하고 싶다는 게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포부이다.
권 행장은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술신용평가서의 평가등급에만 의존하는 기술금융에 머물지 않고 거래기업의 가치를 직접 심도 있게 평가하는 기술금융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술금융이란 기업의 재무제표만 보지 않고 기술신용평가서도 함께 고려해 성장성이 큰 기업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금융 방식을 이르는 말이다.
현재로서는 기술보증기금 등 정부 인증을 받은 기술신용정보제공기관(TCB)이 발행한 기술신용평가서가 우수 기술력을 가늠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기업은행은 작년말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의 TCB 기반 대출 실적 약 9조원 가운데 2조2천억원(24.8%)을 차지해 Ƈ위 실적'을 거둘 만큼 기술금융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평가서에 적힌 평가 등급에만 의존하지 말고 은행의 자체 평가인력이 거래 기업의 기술력을 직접 평가해야만 기업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권 행장의 생각이다.
"자체 기술평가 능력을 키우려면 데이터베이스도 축적하고 전문인력도 확충해야합니다. 나중에는 은행의 자체 기술평가가 정부로부터 (TCB) 인증까지 획득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기술평가팀을 신설하고 업종별 기술평가 전문인력 11명을 신규 채용했다. 하지만 기술평가를 제대로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물론 기술보증기금처럼 수백명의 전문 평가인력을 둘 수는 없겠죠. 은행으로서는 기보와 같은 외부기관도 적절히 활용하고 업무에 따라 자체 평가인력도 활용하는'투 트랙' 전략을 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권 행장은 30여년간 중소기업 금융 현장에 몸담았던 이답게 현장경험을 중시했다.
그는 "산업별로 전문적인 심사역들이 포진하고는 있지만 심사 역량도 지속적으로 보강해야 합니다. 기업체에서 업무를 실제로 해보며 현장경험을 쌓은 인력을 확충할 계획입니다"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많은 중소기업 대출을 하면서도 연체율은시중은행들보다 유독 낮은 편이다.
일반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2014년 9월말 기준)은 1.06% 수준인데 비해기업은행의 연체율은 0.78%에 불과하다.
권 행장이 생각하는 기업은행만의 성공 노하우는 무엇일까. 답은 그의 말투처럼겸손하고 소박했다.
그는 "직원들이 자기 소임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직원들은 자기가 뭐를 해야 하는지를 다 알고 있어요. 바로 중소기업금융입니다. 그러다 보니 중기금융에 특화한 자기계발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현장을중요하게 여기고 고객이 어려우면 도와줘야 한다는 의식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안다는 사실이 결국 남들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항상 겸손해하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주저하는 성격이지만 그는 요즘 들어가는곳마다 주목받고 있다.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기술금융과 핀테크에 앞장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른 많은 분들도 이 여성은행장을 좀 본받으세요"라며 권 행장을치켜세우기도 했다.
대통령이 칭찬했던 그의 핀테크 전략을 물었다. 그는 최근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제도적 기반이 형성되면 인터넷 전문은행을 자회사 형식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신중한 답변을 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큰 그림이 어떻게 잡히느냐에 따라서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어떤 형태로 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중점을 둔 경영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건전성 관리와 내실 있는 성장을 꼽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엔저, 중국의 성장률 저하 가능성 등 대외 경제환경이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권 행장은 "최근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많은데 손실률이 높아지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업 대출을 많이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있습니다. 건전성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건전성 관리란 다른 것이 아니라 '모뉴엘 사태'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로봇청소기 등으로 급성장한 모뉴엘은 빌 게이츠가 '주목할 회사'로 지목해 유명해진 업체로, 허위로 수출서류를 조작해 자금을 융통했다가 적발돼 은행들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쳤다.
권 행장은 "모뉴엘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단순히 여신심사를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시스템을 정비해 제대로 된 대출을하겠다는 의미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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