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실물경기 흐름에 비춰볼 때 현재의 금리 수준은 성장세지원에 부족하지 않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가 잠재 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이 낮아졌지만 이는 공급 측 요인인 국제유가 하락에따른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통화정책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내수 부문에서 특별히 취약한 부문은.
▲ 소비, 투자 등 내수의 각 부문이 만족할 만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좀 더 취약한 곳은 소비 부문이다. 소득 증가세가 뚜렷하지 않고 가계부채가 높은 수준인 데 따른 것이다. 가계소득을 높여야 한다. 그 고리는 기업투자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 투자가 고용과 소득 증가로 선순환되도록 해야 한다.
-- 지난 한 달간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유지된 편이었고 유로화와 위안화에대해서는 강세를 보였다.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나.
▲ 최근 (하락세가) 주춤하지만 원·엔 환율 변동이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 유의해서 살펴보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는데, 부동산 시장 회복세에 대해어떻게 평가하나.
▲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내수에 큰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부동산 규제가 완화됐고, 부동산 3법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올해 부동산 경기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다.
-- 한은이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유휴생산능력'이라는 용어를 처음썼는데.
▲ 유휴생산능력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추가 생산여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판단하는 수단이 된다. 지금까지 한은은인플레 압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의 차이인 국내총생산(GDP)갭을 사용했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은 모형이나 추정 기법에 따라 오차가 크고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그간 GDP갭의 한계를 보완하는 노력을 해왔듯이 유휴생산능력 점검은 인플레 압력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를 좀 더 여러 가지 각도에서 판단하기 위한노력으로 보면 된다.
-- 새 물가안정목표를 짜는 작업을 진행중인데, 물가안정목표가 낮아지면 기준금리 수준도 낮아지는 것이 아닌가.
▲ 물가안정목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적 변화를 고려해 국민 경제에 가장 적절한 인플레이션을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통화정책은 물가·생산 등 단기적 경기 변동에 대응한다. 시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물가안정목표와 기준금리조정 여부를 곧바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
-- 구조개혁은 단기적으로 경기 둔화를 불러오는 만큼 통화정책으로 그 위험을막아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구조개혁은 경제에 내재된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경기둔화를 초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적이 있다. 당시와 같은 구조조정은 경기에 영향을 주겠지만 최근 논의되는 구조조정은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기 둔화를 초래하는 게아니다.
--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데, 2.0%의 현 기준금리가 성장세 지원에 충분하다고보나.
▲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이례적 요인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연간 성장률이 3.9%라고 전망할 때는 작년 4분기 성장률을 전기비 1.0%로 봤다. 그런데 세수 부족에 따른정부 지출 둔화와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위축, 단통법 영향이 반영돼 4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0.4% 정도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회복 속도를 나타내는 전기비로 보면, 올해 분기별 성장률은 1% 내외가 될것으로 본다. 이는 잠재성장률에 충분히 부합하는 수준이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낮아져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3.4%로 낮아졌을 뿐, 올해 전망치 3.4% 역시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현재 금리 수준은 실물경기 흐름에 비춰볼 때 부족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 우리 경제에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은.
▲ 유가 하락이 실물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명백하다. 유가 하락은 가계의실질소득을 높이고, 기업의 비용을 줄여준다. 유가가 10% 하락하면 성장률이 0.1%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저유가는 국내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쪽으로 작용한다. 유가 하락에 의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은 '좋은 디스인플레'라는 얘기도나오고 있다. 유가 하락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요인도 될 것이다. 우리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
다만, 원유 수출국의 불안과 이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해야할 부분이다. 유가 하락으로 직접적 타격을 받기보다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간접적으로) 우리 경제가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 올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상하방 리스크는 어느 정도인가.
▲ 상·하방 리스크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물가 쪽이 그렇다. 물가 전망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제유가와 농산물가격, 공공요금이라고 본다. 공공요금은 유가와도 많은 관련이 있다. 상·하방 리스크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크다고는 말씀드리기가어렵다.
-- 전 세계적으로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보나.
▲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 기대가 약해졌고 러시아 금융불안, 그리스 정정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졌다. 우리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 저성장·저물가가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도 제로금리나 양적완화 정책을 펼 수있나.
▲ 우리나라는 선진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 유가 전망이 크게 틀리는데.
▲ 경제전망은 그 시점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서 하게 된다. 유가는 독자적으로 전망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전문 기관의 전망치 가운데 논리적으로가장 맞는 것을 사용한다.
--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이례적 요인으로 낮아졌다고 했다. 어떤 점에서 올해경기 회복세가 작년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봤나.
▲ 작년 4분기 성장률이 1.0%일 것으로 전망했는데 0.4% 정도로 낮아졌다. 다른것을 배제하고 이것만으로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0.4∼0.5%정도 낮아졌다. 3.4%전망치가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다. 작년 4분기의 영향이 워낙 크다. 한은이경기를 상당히 어둡게 보는 것으로 해석할까봐 다시 설명하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작년보다 좋아진다는 점이 올해 경기 회복세가 작년보다 나을 것이라고 보는 주된 이유다. 작년에는 세월호 참사 등의 영향으로 분기별 성장률이 전기대비 평균 0.7%에 그쳤지만 올해는 흐름이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평가는.
▲ 가계부채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을 수년째 웃돌고 있다. 가계부채가 상당히높은 수준에 있다는 게 한은의 평가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이 문제를 여전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
-- 기획재정부가 올해 성장률을 3.8%로 전망했는데, 두 기관의 경기 인식에 큰차이가 있는 것 아닌가.
▲ 기재부와 한은 전망의 차이는 작년 4분기 성장률에 대한 추정치의 차이 때문에 발생했다. 작년 4분기 경제지표는 기재부의 올해 전망치 발효 이후에 들어왔다.
올해 경제를 보는 시각은 기재부와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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