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한은·금융당국의 상호불신…위기대응력 떨어트린다>(종합)

입력 2015-01-13 17:16
<<IMF 권고내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해명 및 관계자 코멘트 수정>>"서별관회의보다 공식적인 거시경제금융 회의체 필요하다"



금융위기 때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을 각각 이끈 강만수 전 장관과 이성태 총재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은 일이 있다.



강 전 장관이 쓴 비망록 '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 실록'(삼성경제연구소)이지난 5일 발간되면서 당시 위기 대응을 둘러싸고 두 수장 간에 공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강 전 장관은 이 책에서 한은이 물가 안정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해당시 금융위기 대응에서 실책을 저질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은을 '외환시장의차르(절대군주)'라고 칭하기도 했다.



"한은은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과 맞지 않는 실질실효환율을 고집하고 금리도 세계가 다 내리는데, 우리만 올리고 있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성태 전 총재는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기재부는 한은이 가진 수단을 손쉽게 이용하려고 했다"며 "외부의 협조와 동참이 필요하다면 (강만수당시 장관이) 강요 말고 설득을 하면 되는데,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두 수장은 금융위기 때에도 공개석상에서 인식차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은 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던 지난 2008년 9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 등과 관련, "(이번 일은) 불확실성을 완화시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같은 자리에 참석한 이성태 당시 한국은행 총재는 "1년 이상 끌어온문제들이 하나씩 전개되는 과정이므로 앞으로도 어려운 시기가 조금은 더 지속될 것"이라면서 인식의 차이를 숨기지 않았다.



이처럼 두 수장의 인식 차와 갈등은 6년이 넘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다 해소되지 못할 만큼 뿌리가 깊다.



전문가들은 이런 갈등의 배경으로 개인적인 성향도 성향이지만 구조적인 문제를지목한다.



여러 부처와 기관에 걸쳐 금융 부문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분산돼 있는 만큼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IMF가 이번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의 부속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이 유관 당국 간 공식적인 협의채널도 취약하다.



IMF는 보고서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 부문 당국 간 정보 공유를 더 강화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예를 들어 스트레스 테스트와 관련해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주고받지 않는다"며 "따라서 한은의 하향식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금감원의 상향식 결과는 교차검증할 효과적인 통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당국 간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의문이 제기되곤 한다.



현재 기재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은 등 금융부문 당국은 대통령 훈령에기반한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정책 대응 협의를 하고는 있지만 금융위기대응을 위한 별도의 장관급 공식 회의체는 없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률적 효력이 명시돼 있지 않은 서별관회의가비공식 회의체로 기능하고 있다"면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위해서는 좀더 본격적인협의체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서별관회의 뿐만 아니라 경제관계장관회의 등 채널을 통해장관급 차원에서의 정보공유와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며 "IMF의 권고는 원론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와 금감원, 한은 등 당국도 협력 체제를 강화하려는 모습은 꾸준히 보여왔다.



금감원은 작년 3월 요청이 없어도 보유한 감독 정보를 원칙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한은과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정보 공유를 확대했다.



기재부와 한은은 그동안 서기관급에서 해온 상호 인사교류를 조만간 국장급까지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개별 사안에 대한 대응을 넘어서 전략적인 협의는힘들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올 만큼 현 공조 체제는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못한 양상이다.



그동안 기재부와 한은 간에 환율, 금리 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컸다면 최근에는 한은과 금감원 간 거시건전성 금융 감독을 둘러싼 영역 갈등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현재 거시건전성 감독을 누가 책임지고 하느냐에대한 규정과 시스템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가끔 일부 기관이 업무협조에 소홀하고 자기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불만섞인 감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한은이 2011년 한은법 개정을 계기로 '금융안정'의 역할도 맡게 되고 조금씩 거시건전성 감독 기능을 확대하자 금감원은 중복 규제와 규제 혼선의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숨기지 않는 상황이다.



ev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