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늦은 韓 핀테크…전방위로 선진국 추격한다>

입력 2014-12-28 06:07
스마트폰이 가져온 생활의 변화는 이제금융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핀테크'(Fintech)가 전통적인 금융업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들이 수많은 혁신을 시도하는한편, 미국의 애플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은 거대 기업들은 편리성과 보안성을갖춘 모바일 결제는 물론, 전통 금융상품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낡은 금융규제와 낮은 이해도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핀테크혁신에서 뒤처지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핀테크 산업의 중요성을 뒤늦게나마 인지하고 내년 경제정책 운용방향에핀테크 육성 방안을 담아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여건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들도 핀테크 조류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전방위적인 대응전략에 나서는 등 내년부터 핀테크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티머니' 용돈 이미 일상화…'핀테크 혁명' 전초 김모(38·여)씨는 얼마 전부터 초등학교 2학년 자녀에게 용돈을 현금이 아닌 교통카드인 티머니로 주고 있다.



김씨는 "현금이나 체크카드를 주면 잃어버리거나 엉뚱한데 돈을 쓸까 봐 걱정되는데, 티머니는 그런 걱정이 적다"고 말했다. 티머니를 교통비 뿐만 아니라 편의점이나 서점에서 현금처럼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미 일상생활에서 친숙한 티머니를 핀테크로 보는 인식은 적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생활습관 변화를 핀테크 혁명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스마트금융 담당자는 "은행 계좌에 있었을 법한 할 돈이 티머니충전액과 같은 다른 형태의 전자화폐로 옮겨가는 현상이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전통적인 은행업 입장에서는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핀테크란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모바일결제, 모바일송금, 전자화폐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 가운데 모바일결제 시장에서 간편성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시장에는 SKT(시럽), KT(모카월렛), LG유플러스(스마트월렛) 등 이동통신사들이 현금과 신용카드, 각종 포인트카드 기능을 흡수한 '전자지갑'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카드사와 은행들도 앞다퉈 비슷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 앱을 출시하고 있다.



카드사는 가맹점 네트워크의 우위를 기반으로 모바일결제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하나은행(N월렛) 등 시중은행은 송금 기능까지 더해 경쟁력을 더했다.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 카카오'는 방대한 소셜네트워크(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모바일 송금과 결제 기능을 갖추면서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교통카드였던 티머니도 스마트폰 안으로 옮겨간 지 오래다.



◇너무 편리한 신용카드 환경이 핀테크 가로막아 그러나 한국의 핀테크 산업 현실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핀테크 혁명에 비하면 아직 초라하다.



핀테크 혁명이 가장 앞선 곳은 미국이다. 구글(구글월렛), 애플(애플페이)과 같은 모바일 플랫폼 공룡들은 자사 운용시스템(OS)을 탑재한 단말기만 들고도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는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페이팔,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들도 오프라인 결제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알리페이는 결제는 물론 대출·투자 등 본격적인 금융업에 뛰어들고 있다.



영국도 개방적인 금융환경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토대로 첨단기술과 다양한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엄격한 금산분리의 법규를 비롯해 전자금융거래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이 IT 기업의 금융산업 진입을 막고 있다.



외국과는 달리 금융사와 제휴를 맺지 않고서는 플랫폼 사업자가 단독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역설적이지만 편리한 국내 신용카드 결제환경도 모바일 결제시장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다.



지갑에서 신용카드 한 장만 꺼내면 식당, 편의점 등 어느 곳에서나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생소한 모바일 결제로 옮겨갈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과거 일본 기업들이 자국 피처폰 시장에 안주한 나머지 세계 스마트폰 혁명에 뒤처진 적이 있다"며 "현재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놓인 환경이그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핀테크' 중점산업 육성키로…은행들도 본격 경쟁 채비 핀테크 혁명에 둔감했던 정부와 시중은행도 최근 들어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규제개혁 이슈와 맞물려 관련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시장 여건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맥락에서 내년 경제정책운용방향에서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체질개선의 한 축으로 '금융 역동성'을 꼽았다.



사전규제를 최소화하고 전자금융업종의 규율을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자금융업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전자지급수단의 이용한도도 확대해 핀테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 핀테크 혁신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의 사전적 규제 방식에서 사후점검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핀테크 혁명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핀테크 관련 전담 부서를 만들었거나 조만간 신설할 예정이다.



결제시장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PG사나 다음카카오 등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와의 제휴를 확대하는 한편, 자체 전자지갑 서비스를 내놓기도 한다.



젊은 세대가 오프라인 영업점을 자주 찾지 않는 경향을 고려해 모바일에서도 오프라인 영업점에서 제공받는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일에도힘을 쏟고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도 최근의 기자간담회에서 핀테크 흐름에 맞춰 금융서비스를'옴니채널'(온·오프라인 경계를 허무는 이용환경)로 구축하는 데 방점을 두겠다고강조했다.



한준성 하나금융 미래금융지원팀 상무는 "IT는 눈부시게 발전했는데 규제에 매인 금융산업은 소비자 필요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해 그 간극을 핀테크가 채워주고있다"며 "앞으로 핀테크 산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sanh@yna.co.kr,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