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리더십 본격 시험대…손보사 시너지 발휘 여부 관심
KB금융[105560]이 LIG손해보험[002550] 인수에성공하면서 새롭게 출범한 '윤종규호(號)'도 돛을 활짝 펴게 됐다.
당국 승인이 불투명했던 인수 건을 무사히 성사시킴에 따라 조용하지만 뚝심 있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리더십이 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회장은 LIG손보 인수라는 Ƈ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KB금융의 내실을 다져 명실 공히 '리딩 금융그룹' 위상을 회복해야 하는 더 큰 과제를 본격적으로 안게 됐다.
◇취임하자마자 진퇴양난…조용한 리더십 '성과' 윤 회장은 지난달 21일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실타래처럼 엉킨 난국에 부딪히며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국이 LIG손보 인수의 전제 조건으로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사외이사들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주 전산기 교체 갈등으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동반퇴진을 불러 일으킨 'KB 사태'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뒷짐을 지고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이유였다.
사외이사들이 당국의 요구가 부당하다며 사퇴를 거부한 가운데 윤 회장은 자신을 뽑아준 이사진에 대한 인간적 도리와 당국의 요구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윤 회장은 KB금융의 순항을 위해 사외이사들의 용퇴를 구하기도 했다. 다만 그의 성품상 강한 설득에 나서기보다는 이사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기다리는 편을 택했다.
금융위원회가 KB금융을 겨냥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면서 위기감이 더해지자 KB금융 안팎에서는 윤 회장의 단호하지 못한 자세에 대한 불만의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악역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사외이사들도 KB의 미래를걱정하는 마음에 생각을 돌렸고, 결국 지난 10일 KB금융 사외이사 7명은 내년 3월주주총회에서 전원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용한 리더십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사외이사 사퇴 결정 이후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며 LIG손보 인수 승인 결정이 나오기까지 금융당국과의 소통도 원만히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이부동' 융합 리더십 통할까 LIG손보 인수 승인으로 윤 회장의 '소통 리더십'이 조용히 빛을 발했지만 그의'경영 리더십'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KB금융은 잇따른 금융사고와 수뇌부 갈등으로 다른 금융그룹과의 경쟁에서 뒤처져왔다. 그동안 수장을 맡았던 외부 출신 인사들의 경영 실패가 무엇보다 큰 원인이었다.
임직원들도 통합 이전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으로 나뉘어 파벌싸움을 벌이거나 책임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회장은 최초의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로서 '리딩금융그룹' 위상을 회복할 적임자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KB금융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만은 않다.
저금리 기조에 따른 은행업의 수익성 악화와 정보기술(IT) 발전에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산업의 부상 등 금융산업의 변화는 기존 금융사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KB금융 내부적으로도 지배구조 개선과 조직개편, 내부 계파갈등 해소 등 어려운문제가 산적해 있다.
윤 회장은 취임사에서 논어의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인용하며 융합의 리더십으로 이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화목하고 단합한다"는 말이다.
그는 취임 직후 "청탁이 들어올 경우 반드시 수첩에 기록하고 인사상 불이익을줄 것"이라고 경고해 성과에 기반을 둔 인사를 할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당장 내년 초에 있을 정기인사와 조직개편은 이런 그의 의지를 시험하는 ƈ차관문'이 될 전망이다.
◇LIG손보도 융합이 관건…효과 낼까 LIG손보 인수에 따른 후속조치도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LIG손보를 비싸게 인수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LIG손보 미국지점의 손실과 승인 지체에 따른 지연이자는 KB금융의 인수 부담을더하고 있다.
KB금융 측은 "인수 금액은 기업가치를 볼 때 적정 수준이며 세부 거래 특징을비교해 보면 최종 인수금액이 경쟁사 제시가격보다 낮았다"며 고가(高價) 인수 비판을 반박한다.
그러나 KB금융이 LIG손보와의 시너지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야만 '승자의 저주'논란도 수그러들 전망이다.
생명보험사를 자회사로 둔 금융그룹은 많지만, 손보사를 자회사로 둔 것은 KB금융이 처음이어서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LIG손보는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원수 보험료 점유율(13%)과 업계 당기순이익 점유율(10%)이 4위인 대형 손보사다.
KB금융은 국민은행 점포의 방카슈랑스 채널을 활용해 소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기존 은행 기업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력 확대를 통해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KB'의 브랜드 파워와 기존 LIG손보의 역량을 결합해 손해보험 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인사업자나 중소상공인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전략이 성공한다면 새로 출범할 'KB손해보험'이 2위 자리에 안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결국 윤 회장이 가진 융합의 리더십 성공 여부가 LIG손보와 KB금융의 시너지 창출을 판가름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LIG손보의 조직문화를 얼마나 잘 융합해 끌고나갈수 있느냐가 앞으로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KB금융과 LIG손보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못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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