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의 '민낯'…자회사는 일감 몰아주고 협력업체는 후려쳐>

입력 2014-12-18 12:00
공정위 "공기업 불공정행위 조사 강도 높일것"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한국전력공사와도로공사, 철도공사, 가스공사의 불공정 행위 적발 결과를 발표하면서 거대 공기업'갑질'의 민낯이 드러났다.



공기업들은 자회사와는 용역을 수의계약하면서 낙찰률을 높여주는 식으로 '일감몰아주기' 꼼수를 부렸고, 협력업체는 직원을 공짜로 이용하고 공사대금을 당초 계약보다 후려치는 등 상상 이상의 횡포를 부려왔다.



정부는 이들 업체에 154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규모와 파급효과가 큰 공기업불공정 행위는 민간업체를 고사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앞으로도 엄격하게 제재하겠다는 방침이다.



◇ 거대 공기업 '갑질' 백태…자회사 챙기기만 급급 공정위가 발표한 공기업들의 불공정 행위 사례는 상상 이상이다.



용역 수의계약을 통해 자회사에 높은 낙찰률을 적용해주는가 하면, 아무 일도하지 않은 자회사를 중간거래단계에 끼워줘 '통행세'를 공짜로 떠먹여 주기도 했다.



주차장 사업을 자회사에 주고는 부지 사용 대가를 낮춰주기도 했다. 대신 사업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자회사로부터 받아 챙겼다.



자회사가 아니더라도 자사 퇴직자가 설립했거나 많이 다니는 회사를 꼼꼼하게챙겨주면서 쓸모없는 '의리'도 발휘했다.



한전은 퇴직자들이 많이 근무하는 전우실업에 용역 수의계약을 몰아주며 부당지원했고,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안전순찰업무를 퇴직자 설립 회사에 맡기며 꼼수 지원을 했다.



전우실업은 임원 4명이 모두 한전 출신이며, 일반 직원 963명 중 한전 출신도 17%인 173명 정도다.



반면 평소 특별한 관계가 없던 협력업체와 거래상대방에는 가혹한 모습을 보였다.



한전과 철도공사의 경우 계약을 완료해 공사를 맡겨놓고서는 나중에 '예정가격을 잘못 계산했다'며 떼를 써 이미 지급한 공사대금 일부를 다시 돌려받았다. 준공금을 지급할 때는 원래 확정된 계약금액보다 줄여서 후려쳤다.



도로공사는 휴게소 광고시설물 설치 계약을 하면서 도공 사정으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거래상대방이 광고시설물 철거 비용 등을 부담하도록 부당한 조건을 내걸었다.



한전은 심지어 협력업체 직원을 지역본부 사무실에 데려다 공짜로 작업실적 입력, 계기 입고 처리, 고객 민원전화 응대, 배전공사 설계 등 온갖 업무를 시키며 부려먹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들 대기업에게 총 154억원의 무거운 과징금을 물려 앞으로 공기업거래 질서와 하도급 거래 관행 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계열회사나 퇴직자 재직회사에 대한 공기업 부당지원 행위를 엄격하게 제재해 관련 시장의 공정 경쟁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 부작용 큰 공기업 불공정거래 관행 강도높게 손보기로 공기업의 불공정 행위는 민간업체의 같은 행위보다 파급효과가 훨씬 크다.



공기업이 독점적 발주자거나 수요자인 경우가 많아 대부분 거래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나랏일'을 한다며 '갑질'의 강도가 세지는 경향도 있다.



또 공기업이 거래상대방인 대기업에게 불공정 행위를 하는 경우, 대기업은 다시하도급거래 상대인 중소기업을 후려치면서 연쇄적인 불공정 행위가 나타날 소지가크다.



공기업이 계열회사나 퇴직자들이 많이 다니고 있는 회사 등 특수 관계에 있는회사를 부당 지원할 경우 민간업체들은 꼼짝없이 고사하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올해 초부터 공기업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와 협력업체 상대'갑질'을 털겠다며 의지를 보여왔다.



공정위는 연초 업무계획과 위원장 신년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대형 공기업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방침을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월 신년구상 발표에서 공기업의 방만·편법 경영을 지적하면서 "자회사를 세워 자기식구를 챙기는 잘못된 관행들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해 공기업 거래관행 개혁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올해 내내 각종 언론보도 내용과 국회·감사원의 감사 결과등을 토대로 각 공기업별 법 위반 혐의사항을 파악하고,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을개연성이 높은 공기업을 순서대로 골라 강도높은 조사에 나섰다.



이번에 발표한 한전과 도로공사, 철도공사, 가스공사 등 4곳의 부당행위 내용은 공정위가 개혁 방침을 밝힌 뒤 처음으로 밝히는 조사 결과다.



공정위는 현재 조사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의 불공정 거래 혐의에 대해서도 조만간 사건 처리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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