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집살림 아니면 5시간 출퇴근…자리 못잡은 세종청사 2년>

입력 2014-12-15 06:05
4조원 투입했지만 행정 비효율 여전…6개월 출장비만 75억원



중앙행정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개막된 '세종청사 시대'가 어느덧 2년을 맞았다.



재작년 쌀쌀한 겨울 가장 먼저 세종시에 둥지를 튼 1단계 이전 부처 공무원 5천여명에게는 감회가 새로운 올해다.



2012년 1단계로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가, 지난해 2단계로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5개 부처가 각각 내려오면서 자리를 잡아가던 정부 세종청사는 이달 국세청과 법제처 등 5개 부처의 3단계 이전으로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산업연구원을 시작으로 11개 정부출연연구기관도 세종시로이사를 시작했다.



중앙행정기관이 이전하면서 세종시에 공공건축물과 광역도로, 문화·복지시설건립 등을 짓는 데 들어간 예산은 벌써 4조원에 육박한다.



개별 부처 이사 비용과 공무원 통근용 셔틀버스 운영 비용 등을 더하면 투입 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년간 서울과 세종을 오간 이들의 출장 비용 등까지고려하면 정확히 계산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규모다.



상당한 돈을 들인데다 공무원과 가족, 정부 처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상당수 이주하면서 세종시도 어느덧 그럴싸한 도시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인근 주거시설 공사도 얼추 마무리되면서 흙먼지가 날리던 황량한 공터는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변변한 슈퍼마켓 하나 찾기 어렵고 청사 근처에 마땅한 식당이 없어 구내식당만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것도 옛날 일이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식당가가 생기고, 커피숍과 편의점, 체육시설,노래방, 당구장 등이 생기면서 생활환경은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세종시 출범 당시부터 지적됐던 행정 비효율 문제는 여전하다.



이전한 중앙부처 수가 늘어나면서 세종시에서 회의 개최도 잦아졌고 서울청사와세종청사를 잇는 영상회의도 일상화됐지만, 공무원들은 여전히 서울행 고속버스와 KTX에 일주일에도 수차례씩 몸을 싣는다.



민간기관과 서울 잔류 부처 등이 참석하는 회의와 행사가 서울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1년 내내 이어지는 국회 업무는 잦은 서울 출장의 원인이 되고있다.



국무조정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세종시의 13곳 중앙행정기관 공무원들이 쓴 출장비용은 총 75억6천926만원에 이른다.



비용뿐 아니라 이동 시간과 체력 고갈 등을 생각하면 심각한 낭비와 비효율이여전한 셈이다.



잦은 서울 출장 탓에 장차관은 물론이고 국과장급 공무원들은 서울과 세종에서'두집살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맞벌이 부부는 배우자의 직장 때문에, 자녀를 둔 가정은 학교 때문에 서울서출퇴근하는 공무원도 상당수다. 이들은 하루 출퇴근에 총 4~5시간을 소비한다. 장시간 버스를 타다 보니 출퇴근 공무원 대다수가 허리와 목 통증을 호소한다.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대국회 업무에 총력전을 벌였던 기재부 예산실 공무원들은 아예 예산철에 서울 모처에 단체 숙소를 잡기도 했다. 이전에는 게스트하우스에여러 명이 한방을 쓰기도 했고 늦은 밤에 여의도 인근의 여관·모텔 방을 전전하기도 했다.



기재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도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1단계 기관이내려온 재작년에 비해서 생활환경은 '천지개벽'했지만, 잦은 출장과 업무 비효율 문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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