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행장·사외이사도 '官治·政治 논란' 불거질까>

입력 2014-12-09 06:09
전문가 "투명한 인사로 금융산업 발전 토대 마련해야"



은행권에서 연말 대규모 부행장급 인사를 앞둔 가운데 당국과 정치권이 어디까지 개입할지 관심을 끈다.



최근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 과정에서 불거졌듯 '보이지 않는 손'이 역대 임원인사나 사외이사 인선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연초 주요 시중은행들의 인사철을 맞아 금융권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인사철이면 정부가 주인이거나 '주인 없는' 은행의 임원인사에 정치권이 숟가락을 놓으려 한다는 얘기가 나돈다"며 "실제로 자리 마련을 위해 임원을 바꾸기도 한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의 경우 등기임원은 관련법상 금융위원회가 임면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 그러나 행장이 임면권을 가진 미등기 집행임원 인사도 당국이 사실상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국책은행 부행장 인사는 은행장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은행권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국회 등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온갖 '빽'이 동원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이 아닌 시중은행의 부행장 인사에도 당국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두 대형은행이 통합된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부행장 인사를 앞두고 당국에서A은행 출신을 좀 더 배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인사에서 해당 출신 부행장이 한 명 더 늘어나 놀랐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개입은 은행 임원 인사에 그치지 않는다. 사외이사 인선은정치권이나 당국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금융공기업이나 공기업이 지배주주로 있는 금융사의 이사 가운데 정치 인사로 분류되는 28명에 이른다. 일부 시중은행도 이런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사외이사 3명과 예금보험공사 간부가 포함된 우리은행장 후보 추천위원회의 경우 '서금회'(서강금융인회) 압력설 논란을 빚은 이광구 부행장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 역시 이런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인선 때도 내정설과 외압설이 나돌았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유력 경쟁자였던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 대신 윤 회장을 선임하자 금융당국이 불쾌해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 사외이사의 사퇴를 당국이 종용하는 것은 임 회장에대한 사외이사의 충성심도 있지만 회장 인선 결과 때문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투명성이 떨어지는 인사시스템은 한국의 금융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중 하나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금융연구원과 글로벌금융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정책심포지엄에서 "부가가치 기준으로 볼때 국내은행의 한국경제 성장에대한 기여도는 정체돼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산업의 부가가치(순이익과 인건비 합계 기준)는 2011년 25조9천억원에서 2012년 21조원, 2013년 16조5천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부가가치는 2004년 16조4천억원 이후 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영국 '더 뱅커(The Banker)'지가 선정한 '세계 1천대 은행'의 2013년 총자산이익률(ROA)은 평균 1.28%였지만 이 가운데 한국의 은행은 0.38%에 그쳤다.



서 위원은 이처럼 한국의 은행 수익성이 저하된 원인으로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요인과 함께 수수료를 비롯한 각종 가격제한, 정책금융 동원 등금융당국의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과 달리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급속히 성장하는 이유로 '외풍이 덜하다는 점'을 꼽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이사회 구성과 운영을 규제하기보다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금융사의 자율적인 인사권을 막아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해야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국책은행은 물론 정부가 지분을 가진 우리은행은 '정부 소유'가 아니라 '국민의 소유'"라며 "금융위가 금융산업 발전에 대해 고민한다면 정치인사를 방관하지 말고 투명한 인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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