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 내년 소비자 물가 2%대 복귀 가능

입력 2014-12-02 06:05
전문가 "수치상의 변화일 뿐…일시적 효과 빼면 저물가 계속"2조8천억원 추가 세수 확보 전망…'세수 가뭄' 해결에는 도움



내년부터 담뱃값이 2천원 오르는 것이사실상 확정되면서 1%대의 저물가 해소에는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담배 판매로 인한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수치상의 변화일 뿐, 저물가의근본 배경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정부, 물가 0.62%p↑ 전망…전문가 "내수 개선 의미하는 것 아니다" 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정부 원안대로 담뱃값을 2천원 인상하기로 지난달 28일 합의했다.



정부는 담뱃값 2천원 인상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추산했다. 최근의 저물가 상황을 감안하면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물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0.62%포인트 상승 효과는 물가안정 목표 안에서 흡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0.62%포인트는 전체 물가에서 담뱃값이 차지하는 비중과 가격 인상폭 등을 계산해서 나온 수치다.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물가 전망치를 각각 2.3%, 2.4%로 내놓았지만,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3년 연속으로 1%대를 기록할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일단 정부의 계획대로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1%대의 저물가를 벗어날 가능성은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물가상승이 수치상의 변화일 뿐, 한국 경제의 근본 환경에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실제 효과는 회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물가상승은 제도변화에 따른 일시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그 수치상의 효과를 뺀다면 저물가가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담뱃값이 올라서 물가가 상승하는것은 내수경기 개선과 전혀 다르다"며 "일본도 소비세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은 높아졌지만 내수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담뱃값 인상이 정부의 추산만큼의 물가상승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정부의 셈법이 너무 단순하다"며 "설령 정부의 주장대로 물가가 상승해서 2%대가 된다고 해도 저물가의 근본 원인인 '수요 부진' 해소와는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유가가 담뱃값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효과를상쇄할 가능성도 있다.



◇ 2조8천억원 추가 세수 확보 전망…성장률 영향 있을 수도 담뱃값이 2천원 오르면서 정부는 내년에 2조8천억원 상당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제시한 담배의 가격 탄력도 0.425를 적용했을 때, 담뱃값이 2천원 오르면 담배 소비량은 34% 줄지만 가격 인상 폭이 커서 세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세수 가뭄'에 시달리는 정부로서는 상당히 반가운 일이다.



특히 담뱃세 중 국세로 새로 신설되는 개별소비세 예상 증가분은 1조8천억원으로 올해 예상치 대비 내년 세수 증가분 5조1천억원 중 약 3분의 1에 달한다.



그러나 정부가 담뱃세 인상을 통해 세수 부족을 메우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려고세수 증가분을 지나치게 적게 잡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담뱃값 2천원 인상에 따른 추가 세수를 5조500억원정도로 예상했다. 정부의 전망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이에 따라 고소득층보다 서민층이 많이 피우는 담배에 세금을 더 많이 물려 곳간을 메우려 한다는 '서민 증세'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담뱃값 인상으로 물가와 세수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도 영향을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5년 담뱃값이 인상됐을 당시에는 소매상들이 인상을 앞둔 2004년 말 사재기에 나서면서 성장률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연말 사재기로 2005년 1분기 담배 생산이 전년 동기보다 50%나 급감하면서 1분기 GDP 증가율에 0.3∼0.4%포인트가량의 하락 요인이 생겼다.



10년이 지난 현재로서는 당시보다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성장률이 그 정도로 출렁이지는 않겠지만, 미미하게라도 영향은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담배와 생산과 소비가 줄면 성장률에 마이너스 영향이 가겠지만, 담배 소비 감소에 따라 다른 품목의 소비가 늘면 플러스 영향이 생기는 측면도 있다. 양쪽 측면이 다 있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정확히 추정하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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